[고소·고발에 지친 대한민국] 선거의 계절이면 고소·고발 꽃핀다

[고소·고발에 지친 대한민국] 선거의 계절이면 고소·고발 꽃핀다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16-02-21 23:08
수정 2016-02-2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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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으로 검찰·법원 써먹는 정치권

국내 고소·고발의 남발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송사제도의 악용이다. ‘묻지마식 의혹 제기’, ‘홍보 퍼포먼스’, ‘정치 공세’ 차원에서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검찰과 법원을 사적(私的)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상대 후보 측을 겨냥해 고소·고발이 폭증한다. 이런 행위들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상대 흠집내려 맞고소… 선거 뒤엔 ‘화해 취하쇼’

2014년 6·4 지방선거 관련 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은 총 397건에 달했다. 고발은 또 다른 고발을 부르면서 승수효과로 이어진다. A후보가 자신과 경합하고 있는 B후보에 대해 일고 있는 의혹을 걸어 검찰에 고발하면, B후보는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경우가 많다. 후보자들이 선거가 끝난 뒤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따지고 보면 안 해도 될 것을 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다. 6·4 지방선거 당시 충북지사를 놓고 경합했던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후보도 진흙탕 고소·고발전을 벌이다가 선거가 끝난 후 일부를 취하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21일 “특정 후보에 대한 고발장이 법원에 제출되면 유권자들은 해당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하기 쉽다”면서 “이 경우 어지간한 해명으로는 벗어나기 힘들 만큼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기 때문에 후보들이 상대방에 대한 고소·고발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당끼리 고소·고발… 접수 사진만 찍고 관심 끝

정당 간 정치 공세를 위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경우도 많다. ‘서해북방한계선(NLL) 대화록 파문’, ‘세월호 침몰 참사’ 등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여야는 법적으로 난타전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합의를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걸핏하면 검찰로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공안 담당 검사는 “고발장을 들고 와서 검찰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은 뒤 이후 수사 내용에는 관심을 안 보이는 정치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정치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대리전’도 늘고 있다. 보수단체들이 야당 의원을 고발하거나 진보단체들이 여당 의원을 고발하는 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취임 후 27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13건은 각하, 14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주로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였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일단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관련 사안을 살펴봐야 하는데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쉬워 난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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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6-02-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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