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스쿠터 반은 자전거인 저, 자전거도로로 달려도 될까요?

반은 스쿠터 반은 자전거인 저, 자전거도로로 달려도 될까요?

입력 2014-09-10 00:00
수정 2014-09-1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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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교통체증 줄이자” 전기자전거로 출퇴근 법안 발의했지만…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일까, 오토바이일까. 이 해묵은 질문을 뒤로하고 정부가 전기자전거를 자전거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선진국처럼 친환경 전기자전거를 통해 교통 분담률을 낮추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배터리로 움직이는 모터를 장착했다. 따라서 현재 법적으로 자전거가 아니라 소형모터사이클(원동기장치자전거)에 속한다. 만 16세 이상으로 면허를 취득해야 전기자전거를 운행할 수 있다. 자전거도로엔 들어갈 수 없다. 정부의 계획대로 자전거가 된다면 누구나 전기자전거로 자전거도로를 지나 출퇴근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안전 문제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전기자전거는 과연 자전거도로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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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반포대교 하단에 세워 놓은 전기자전거. 크기·모양이 배터리를 넣는 프레임의 두께를 빼고 일반자전거와 거의 비슷하다.
9일 서울 반포대교 하단에 세워 놓은 전기자전거. 크기·모양이 배터리를 넣는 프레임의 두께를 빼고 일반자전거와 거의 비슷하다.
기자는 지난달 22일부터 사흘에 걸쳐 서울 용산구 이촌1동에서 전기자전거를 체험했다. 출퇴근에 괜찮은지 가늠할 요량이었다.

전기자전거는 세 가지 방식으로 운행할 수 있다. 우선 일반 자전거와 같이 페달을 밟는 것이다. 다음으로 페달을 밟을 때마다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방식인데, 보통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에 견줘 3배 길게 나아갔다. 바로 파스(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이다. 모터의 힘을 5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운전자의 힘에 따라 모터가 도움을 주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로틀(Throttle)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오토바이처럼 핸들을 당기면 속도가 올라가는 식이다.

스로틀 방식으로 가장 빠른 속도는 시속 25㎞였다. 따라서 탑승자가 고속 때문에 안전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차도에서 만난 사이클들이 답답한 듯 앞서 지나갔다. 스로틀 방식으로 경사 30도 정도인 언덕은 쉽게 올라갔다. 반면 경사 50도 정도인 30m 언덕은 오르지 못했다. 그래도 페달을 밟으니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도 오를 수 있었다. 배터리 전원은 스로틀 방식으로 1시간 뒤 80%가 소모됐다. 반면 파스 방식은 평지에서 힘을 발휘했다. 배터리 전원이 걱정될 정도의 거리를 출퇴근하거나 운동을 겸하려는 자전거 초보자라면 이용할 만했다. 전기자전거는 출퇴근 복장으로 탈 수 있고 이동 후 땀을 흘려 샤워를 해야 하는 불편도 없었다. 단, 레저용으로는 알맞지 않은 듯했다. 또 도로에서 위험한 부분이 있어 마음에 걸렸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한다면 안심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현재 원동기장치자전거(125㏄ 이하 이륜차 및 50㏄ 미만 원동기)에 포함된다. 자전거도로를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전기자전거를 샀다간 반품해야 하기 십상이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G밸리)에는 1년째 40대의 공용 전기자전거가 방치돼 있다. 지난해 9월 전기자전거를 기부받았지만 공용으로 쓰려면 운전면허를 가진 이들을 회원으로 만들어 따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차량이 없는 입주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터라 공용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강원 영월, 충북 제천, 경북 문경 등은 2016년부터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코스를 만들 계획이었다. 제천의 경우 국비 5억원과 시비 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자전거도로에도 진입할 수 없다는 법적 문제 때문에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사실 전기자전거를 자전거에 포함시키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은 2010년부터다. 이번 국회에서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법안을 들이밀었지만 계류 상태다.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는 올해 수정안을 내놨다. 최고속도 시속 25㎞, 차체중량 30㎏이 넘지 않는 전기자전거를 자전거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중량 제한은 일반 자전거와 부딪쳤을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민토론회에서 자전거 동호인들은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인라인스케이트가 자전거 속도 때문에 자전거도로에서 사라졌듯 자전거보다 무거운 전기자전거가 등장하면 사고 위험 때문에 정작 자전거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자전거도로는 레저용뿐 아니라 출퇴근 땐 교통 분담 효과 등 다목적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일반 자전거와 거의 무게가 비슷한 전기자전거도 양산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의 의견도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파스 방식만 가능한 전기자전거를 생산해 자전거에 포함시키면 법안의 국회 통과가 쉬울 것이라고 제안한다. 스로틀 방식에서 속도 제한을 풀어 주는 위법 업체가 생길 경우 안전 문제를 낳는다는 게 일부 국회의원의 우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세훈 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파스 방식만 자전거에 포함할 경우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을 감안할 때 전기자전거를 출퇴근용으로 쓰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안행부는 전기자전거를 꼭 자전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는 전기자전거가 자동차를 일부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기자전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 한국도로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자전거는 세계적 트렌드이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가 소외되면 곤란하다. 다만 전기자전거가 자전거에 포함되더라도 나이 제한을 둘지 여부나 헬멧 강제 착용 여부, 환경을 위해 납 배터리를 제한하는 등의 규제에 대해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 사진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4-09-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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