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대응 → 예방유지
주요 시설물의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지관리 체계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파손·붕괴된 시설물을 보수하는 ‘사고 대응형 유지관리체계’에서 벗어나 기반시설의 성능과 생애주기까지 고려한 ‘예방적 유지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구조적 안전은 물론 기반시설의 서비스 수준, 감가상각 등 경제적 가치와 투자효율을 고려한 유지관리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됐거나 국민생활과 밀접해 체계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시설물을 선정하고 시설물의 성능평가에 따라 종합등급을 부여해 지속적인 유지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지난해 건설기술연구원이 고속·일반 국도의 교량 4281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소규모 유지 보수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이 노후화된 교량을 크게 수선하는 방식보다 생애주기비용을 30.4%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추산하면 향후 50년간 투자할 SOC 시설 유지관리 비용이 104조원에서 72조원으로 줄어든다고 연구원은 추정했다.
SOC 시설의 유지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기본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야 한다. 다음에는 현재 성능과 목표 성능의 차이를 분석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유지관리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범정부 협의회를 구성, 분야별 우선 투자순위를 결정하고 지속적인 관련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사고가 발생해 일시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은 시설물 유지관리에 관한 기본법으로 유지하되, 댐·교량·터널 등 각 분야의 SOC 유지관리 부문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유지관리 실태 모니터링 체계도 갖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조직이다. 범정부 차원의 SOC 유지관리위원회 신설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무총리실 아래에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예산·조직 관련 부처의 반대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비상설기구라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영수 국토부 건설안전과장은 “SOC 시설물 유지관리 강화는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며 “관련 기술을 새로운 수출 주력산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4-05-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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