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소설 ‘돈키호테’ 시대적 배경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가 작품 속에서 쇠락한 기사의 모습을 보여 줬듯이 이 소설이 나온 1605년 스페인에서는 기사도 문학의 대중적 인기가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1588년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의 함대에 대패하면서 스페인 역시 쇠퇴하기 시작했다. 즉 해양제국을 건설했던 스페인은 영국과 네덜란드처럼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강대국에 패권을 물려줬고, 이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사도 문학마저 쇠퇴했을 때 ‘돈키호테’가 나온 것이다.발간 400년이 지났음에도 ‘돈키호테’는 카니발의 주제로, 뮤지컬과 발레의 소재로, 소설 그 자체로 반복되며 회자되고 있다. 과거 화려했던 순간에 대한 향수라는 감정을 이 소설만큼 직설적으로 써 내려간 작품을 찾기 어려움을 방증하는 셈이다.
풍차를 향해 지치지 않고 싸움을 붙이는 돈키호테의 모습 때문에 자신의 생각에 빠져 무엇인가에 돌진하는 인간형을 우리는 ‘돈키호테형 인간’이라고 한다. 세계가 빠르게 변할수록, 가치관의 전복이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날수록 모두에게 내재된 돈키호테적 성향이 발현되는 일은 필연적이다. 이것이야말로 400년 전 소설 ‘돈키호테’가 새롭게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4-03-18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