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물폭탄이 남긴 것] 피해 현장 가보니

[수도권 물폭탄이 남긴 것] 피해 현장 가보니

입력 2010-09-24 00:00
수정 2010-09-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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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한지 하루 지나도 피해조사 안돼” 쓰레기된 가재도구 보며 눈물·한숨만

23일 오전 9시30분 서울 신월1동 주민센터. 1층 여기저기에서는 비 피해를 당한 주민들과 공무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정임(54·여)씨가 “(침수피해를) 신고한 지가 언젠데 아직 코빼기도 안 보이느냐.”며 울부짖자, 공무원은 “순서대로 하고 있으나 기다려달라.”고 난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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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도구 정리 침수 피해를 본 서울 신월동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23일 가재도구를 꺼내 정리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가재도구 정리
침수 피해를 본 서울 신월동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23일 가재도구를 꺼내 정리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추석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시간당 93㎜의 물폭탄이 쏟아진 신월1동 주택가는 수마가 휩쓸고 간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반지하방에 허리춤까지 올라왔던 물은 빠졌지만 소중한 가재도구는 쓰레기차에 실려 나갔다. 물은 빠졌지만 장판이며 벽지며 쓸 만한 것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피해조사를 빨리 해달라며 주민센터에 찾아가 목청을 돋우는 것도 이런 절박한 이유에서였다. 반지하방이 잠긴 김씨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빌려 펌프로 물빼기는 마쳤지만 장판·도배 등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조치는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상황을 증명해야 정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에 주민센터에 신고하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지만, 공무원들이 나오지 않자 김씨가 직접 주민센터를 찾은 것이다. 딱하기는 인력이 부족한 주민센터도 마찬가지였다. 공무원 3명이 한 조가 돼 피해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신월1동이 물에 잠긴 건 다 아는 사실인데 뭘 그렇게 꼼꼼하게 조사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주민들의 분통에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피해 주민들은 이틀동안 찜질방과 여관 등에서 새우잠을 잤다. 근처 경로당에 구청에서 마련한 이재민 숙소가 있었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재민은 많지 않았다. 최혁진(49)씨는 “숙소가 있다는 걸 오늘 피해신고를 하러 와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찾아간 신월2동 광성교회 옆 주택가도 난리였다. 겨울점퍼를 만들기 위해 반지하공장에 쌓아두었던 천이며 지퍼 등이 쓰레기가 돼 빠져나갔다.

딸 부잣집 고모(49)씨 반지하방에도 물 먹은 가전제품들이 곳곳에 나뒹굴었다. 가재도구를 들어내 햇볕에 말리며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던 고씨의 부인과 세 딸의 얼굴에는 눈물과 한숨이 흘러넘쳤다. 21일 고씨는 고등학교 2·3학년 수험생 두 딸이 공부하겠다고 해 집에 남겨두고 경북 예천에 있는 부모님댁을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받은 고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을 걱정해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두 딸을 부탁하고 다음 날인 22일 오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차례를 지내고 부리나케 귀경했다. 고씨는 “그저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회원 30여명과 피해복구를 돕던 신월2동 여성회 김영순(56) 회장은 “충분한 지원을 조속히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뭣하는 곳이냐.”는 목소리도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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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0-09-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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