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이 환경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대의 싼샤 댐을 완공하며 개발의 기염을 토한 중국은 이른바 ‘환경 후폭풍’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양쯔강 유역의 풍토병인 ‘주혈흡충병’이 확산될 우려와 함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과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은 신종 전염병이 창궐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필리핀의 농촌 지역은 농작물을 대량으로 수확하기 위해 뿌린 고독성 농약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고, 금광·구리광산 등 각종 광산 채굴로 인한 환경훼손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오래 전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일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1950년대 들이닥친 ‘미나마타 병’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여태 짓눌림을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기와 물, 토양 그리고 자연생태계를 희생해 가며 경제적 부를 축적하긴 했지만 환경성 질환에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린 상태다. 아이들 네 명 중 한 명이 아토피를 앓은 적이 있다는 통계는 급박한 현실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환경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환경보건학회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공동주최하는 ‘아태 지역에서의 환경보건 이슈 전망’이란 국제학술대회가 6월2∼3일 부산에서 열린다.
환경보건학회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총무이사는 “이번 학술대회는 캐나다와 호주, 타이완, 일본, 미국, 필리핀, 중국 등지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환경보건에 대한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면서 “환경독성과 건강상의 장해, 환경보건정책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중국·일본·필리핀 전문가들이 발표할 주제발표문을 사전에 입수, 이들이 생생하게 털어놓은 각 나라의 환경보건 실상과 고민 등을 옮긴다.
■ 중국
●원보 NGO활동가(국제시민단체 ‘태평양환경’의 중국담당)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의 대가로 환경·보건상의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료·건강 관련 비용지출이 2003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0.3%로,GDP 성장률을 웃돌 정도다. 환경질 악화에 따른 환경·보건 위험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기오염과 모래폭풍(san dstorm)이다. 대기질이 나빠져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연간 30만명의 중국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오염이 극심한 지역은 폐암발생률이 여타 지역보다 8.8배나 높은 실정이다. 수천년 전부터 시작된 모래폭풍은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1990년까지는 15년마다 한번꼴로 일어났지만 2000년엔 15차례,2001년 18차례나 발생했다. 올해엔 시기가 앞당겨져 이미 2월말부터 시작됐다.
해양오염도 심각하다. 지난해 100차례가 넘는 적조(red tide)가 랴오닝성 등 연안 지역에서 발생했다. 어느 때보다 빈도가 높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은(Hg) 배출국이다. 연간 600t이 넘는 수은이 호수와 강물, 바다를 오염시켰다. 상어처럼 먹이사슬을 올라갈수록 물고기의 수은농축이 아주 심해지지만, 그래도 소비량은 많다. 광둥성의 한 호텔에선 상어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요리 한 그릇에 600위안(7만여원)을 받지만 하루평균 50그릇,10㎏ 정도가 팔린다. 광저우 시의 한해 소비량만 수백t에 이른다.
전염병 위험도 크다.1980년 이후 모두 35종의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다.8개월마다 한 종꼴이다. 조류독감의 위험은 아직도 분명한 ‘현재진행형’이다. 습지 파괴로 먹이처를 잃은 철새들이 농경지를 찾아 병든 가금류와 접촉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야생동물 매매시장도 인체에 대한 질병 전염의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거래되는 야생동물은 거의 없는 것이 없다.‘짖는 사슴’과 흰코사향고양이, 사막다람쥐, 고슴도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이 개·토끼 같은 집짐승과 함께 팔리고 있다.2003년 사스 발생 직후 광저우 매매시장에서만 84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몰수되기도 했다.
싼샤 댐 완공으로 공공보건 측면의 재앙도 위험성이 점증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위험은 주혈흡충병(住血吸蟲病·Schistosomiasis)이다. 싼샤 댐이 물을 담게 되면 3100만명이 영향권에 들게 되는데, 양쯔강 유역의 풍토병인 주혈흡충병의 확산이 우려된다. 이 병은 중국 당국의 40년 제압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또한 싼샤 댐은 양쯔강의 흐름을 정체시켜 오염된 강물의 자연정화 능력 또한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 필리핀
●아나 령 교수(필리핀 세인트루이스 대학)
필리핀은 이제 생물다양성의 위기지대(hot-spot)로 전락했다. 과거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갈라파고스 섬을 10개 넘게 모아놓은 곳으로 비견됐다. 서식하는 동·식물의 절반가량이 필리핀에서만 서식하는 종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거 500년 동안 원시림의 93%가 사라지는 등 생물다양성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 이내에 필리핀은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 들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환경보건과 관련한 최근의 현안은 ▲광산개발 ▲농약살포 ▲미군기지 오염 ▲수출가공구 산업단지 문제 등으로 모아진다. 필리핀의 금·구리 생산량은 각각 세계 2위와 3위인데, 채굴지 인근 주민들의 건강영향이 심각하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혈중 중금속 농도가 대조집단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급박한 위험이 가시화했다.
대량수확을 위한 농작지에서의 농약 살포도 큰 문제다. 지난해 필리핀 농촌지역 가구를 상대로 농약살포 및 노출 실태를 조사했는데, 사실상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농부들이 농약노출의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수단은 고무장화가 유일했다. 마스크나 장갑 등 다른 장비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농약을 살포하는 도중에 엎질러 피해를 본 경우도 조사대상 농부의 98%를 넘어섰다.1주일에 두세 번씩, 그것도 밀폐된 공간에서 농약을 뿌리는 바람에 농부는 물론 아이들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수빅만과 클라크공군기지로부터 미군은 떠났지만 오염 후유증은 여전히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수십명의 아이들에게서 소아백혈병과 중추신경마비, 선천성심장병 같은 증상들이 나타났다. 외국 기업체가 들어와 있는 수출가공구의 환경위험은 또 다른 현안이다. 반도체·컴퓨터 산업시설엔 여성 근로자가 대부분인데, 수많은 독성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을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필리핀의 환경보건을 위협하는 요인은 세 가지다. 정부의 세계화 정책,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 미흡, 그리고 대중들의 경각심 부족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일본
●미네시 사카모토 박사(일본 국립미나마타병연구소)
미나마타병은 1956년 구마모토 현 미나마타 시의 한 비료공장에서 수은이 함유된 폐수를 흘려보내 연안이 오염되고, 주민들이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하면서 발생한 괴질이다. 이 수은중독 사건은 환경오염이 인체건강에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구마모토 현과 니가타 현에서 대량 사망자가 발생했다. 구마모토 현은 2265명이 병에 걸려 1552명이 숨지고 2004년말 현재 713명이 생존해 있다. 니가타 현에선 690명 가운데 430명이 사망하고 260명이 아직 살아 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모태에서 수은에 노출된 선천성 미나마타 병자들이다.
최근 유해화학물질이 후손들에게 유전돼 생식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수은의 생식독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연구결과 미나마타병이 뚜렷한 성비(性比) 불균형 현상을 초래한 것을 확인했다.
우선 미나마타 시의 남자아이 출생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사실이 관찰됐다.1953∼1970년 18년 동안 미나마타 시에서 여아 초과 현상이 네 차례 관찰됐다.(그래프 참조)1955년과 1957∼1959년이다. 미나마타 병은 1955∼1959년이 가장 극심한 시기였다. 이런 현상은 시 전체 인구통계에서도 드러났지만 구체적으로는 산모가 미나마타 병에 걸렸을 경우 가장 큰 성비 차이를 나타냈다. 여아 1인당 남아 출생자가 0.7명에도 못미쳤다.
남아의 사산율이 높아진 사실도 동시에 관찰됐다. 미나마타 병이 발생하기 전후엔 미나마타 시의 여아 1인에 대한 남아 사산율이 1.2명 정도로 여타 지방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1955∼59년 사이엔 여아 1인당 1.75명으로, 사산율이 급증했다. 그러나 아직 어떻게 이런 성비 불균형이 초래됐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수은 중독은 임신 후반기, 태아의 두뇌가 성장하는 시기가 가장 취약하다. 수은은 산모보다 태아에게 훨씬 더 많이 축적되므로 태아에게 수은이 노출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어패류를 자주, 많이 섭취하는 인구집단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필리핀의 농촌 지역은 농작물을 대량으로 수확하기 위해 뿌린 고독성 농약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고, 금광·구리광산 등 각종 광산 채굴로 인한 환경훼손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오래 전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일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1950년대 들이닥친 ‘미나마타 병’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여태 짓눌림을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기와 물, 토양 그리고 자연생태계를 희생해 가며 경제적 부를 축적하긴 했지만 환경성 질환에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린 상태다. 아이들 네 명 중 한 명이 아토피를 앓은 적이 있다는 통계는 급박한 현실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환경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환경보건학회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공동주최하는 ‘아태 지역에서의 환경보건 이슈 전망’이란 국제학술대회가 6월2∼3일 부산에서 열린다.
환경보건학회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총무이사는 “이번 학술대회는 캐나다와 호주, 타이완, 일본, 미국, 필리핀, 중국 등지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환경보건에 대한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면서 “환경독성과 건강상의 장해, 환경보건정책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중국·일본·필리핀 전문가들이 발표할 주제발표문을 사전에 입수, 이들이 생생하게 털어놓은 각 나라의 환경보건 실상과 고민 등을 옮긴다.
■ 중국
●원보 NGO활동가(국제시민단체 ‘태평양환경’의 중국담당)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의 대가로 환경·보건상의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료·건강 관련 비용지출이 2003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0.3%로,GDP 성장률을 웃돌 정도다. 환경질 악화에 따른 환경·보건 위험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기오염과 모래폭풍(san dstorm)이다. 대기질이 나빠져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연간 30만명의 중국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오염이 극심한 지역은 폐암발생률이 여타 지역보다 8.8배나 높은 실정이다. 수천년 전부터 시작된 모래폭풍은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1990년까지는 15년마다 한번꼴로 일어났지만 2000년엔 15차례,2001년 18차례나 발생했다. 올해엔 시기가 앞당겨져 이미 2월말부터 시작됐다.
해양오염도 심각하다. 지난해 100차례가 넘는 적조(red tide)가 랴오닝성 등 연안 지역에서 발생했다. 어느 때보다 빈도가 높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은(Hg) 배출국이다. 연간 600t이 넘는 수은이 호수와 강물, 바다를 오염시켰다. 상어처럼 먹이사슬을 올라갈수록 물고기의 수은농축이 아주 심해지지만, 그래도 소비량은 많다. 광둥성의 한 호텔에선 상어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요리 한 그릇에 600위안(7만여원)을 받지만 하루평균 50그릇,10㎏ 정도가 팔린다. 광저우 시의 한해 소비량만 수백t에 이른다.
전염병 위험도 크다.1980년 이후 모두 35종의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다.8개월마다 한 종꼴이다. 조류독감의 위험은 아직도 분명한 ‘현재진행형’이다. 습지 파괴로 먹이처를 잃은 철새들이 농경지를 찾아 병든 가금류와 접촉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야생동물 매매시장도 인체에 대한 질병 전염의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거래되는 야생동물은 거의 없는 것이 없다.‘짖는 사슴’과 흰코사향고양이, 사막다람쥐, 고슴도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이 개·토끼 같은 집짐승과 함께 팔리고 있다.2003년 사스 발생 직후 광저우 매매시장에서만 84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몰수되기도 했다.
싼샤 댐 완공으로 공공보건 측면의 재앙도 위험성이 점증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위험은 주혈흡충병(住血吸蟲病·Schistosomiasis)이다. 싼샤 댐이 물을 담게 되면 3100만명이 영향권에 들게 되는데, 양쯔강 유역의 풍토병인 주혈흡충병의 확산이 우려된다. 이 병은 중국 당국의 40년 제압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또한 싼샤 댐은 양쯔강의 흐름을 정체시켜 오염된 강물의 자연정화 능력 또한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 필리핀
●아나 령 교수(필리핀 세인트루이스 대학)
필리핀은 이제 생물다양성의 위기지대(hot-spot)로 전락했다. 과거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갈라파고스 섬을 10개 넘게 모아놓은 곳으로 비견됐다. 서식하는 동·식물의 절반가량이 필리핀에서만 서식하는 종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거 500년 동안 원시림의 93%가 사라지는 등 생물다양성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 이내에 필리핀은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 들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환경보건과 관련한 최근의 현안은 ▲광산개발 ▲농약살포 ▲미군기지 오염 ▲수출가공구 산업단지 문제 등으로 모아진다. 필리핀의 금·구리 생산량은 각각 세계 2위와 3위인데, 채굴지 인근 주민들의 건강영향이 심각하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혈중 중금속 농도가 대조집단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급박한 위험이 가시화했다.
대량수확을 위한 농작지에서의 농약 살포도 큰 문제다. 지난해 필리핀 농촌지역 가구를 상대로 농약살포 및 노출 실태를 조사했는데, 사실상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농부들이 농약노출의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수단은 고무장화가 유일했다. 마스크나 장갑 등 다른 장비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농약을 살포하는 도중에 엎질러 피해를 본 경우도 조사대상 농부의 98%를 넘어섰다.1주일에 두세 번씩, 그것도 밀폐된 공간에서 농약을 뿌리는 바람에 농부는 물론 아이들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수빅만과 클라크공군기지로부터 미군은 떠났지만 오염 후유증은 여전히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수십명의 아이들에게서 소아백혈병과 중추신경마비, 선천성심장병 같은 증상들이 나타났다. 외국 기업체가 들어와 있는 수출가공구의 환경위험은 또 다른 현안이다. 반도체·컴퓨터 산업시설엔 여성 근로자가 대부분인데, 수많은 독성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을 만큼 환경이 열악하다. 필리핀의 환경보건을 위협하는 요인은 세 가지다. 정부의 세계화 정책,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 미흡, 그리고 대중들의 경각심 부족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일본
●미네시 사카모토 박사(일본 국립미나마타병연구소)
미나마타병은 1956년 구마모토 현 미나마타 시의 한 비료공장에서 수은이 함유된 폐수를 흘려보내 연안이 오염되고, 주민들이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하면서 발생한 괴질이다. 이 수은중독 사건은 환경오염이 인체건강에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구마모토 현과 니가타 현에서 대량 사망자가 발생했다. 구마모토 현은 2265명이 병에 걸려 1552명이 숨지고 2004년말 현재 713명이 생존해 있다. 니가타 현에선 690명 가운데 430명이 사망하고 260명이 아직 살아 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모태에서 수은에 노출된 선천성 미나마타 병자들이다.
최근 유해화학물질이 후손들에게 유전돼 생식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수은의 생식독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연구결과 미나마타병이 뚜렷한 성비(性比) 불균형 현상을 초래한 것을 확인했다.
우선 미나마타 시의 남자아이 출생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사실이 관찰됐다.1953∼1970년 18년 동안 미나마타 시에서 여아 초과 현상이 네 차례 관찰됐다.(그래프 참조)1955년과 1957∼1959년이다. 미나마타 병은 1955∼1959년이 가장 극심한 시기였다. 이런 현상은 시 전체 인구통계에서도 드러났지만 구체적으로는 산모가 미나마타 병에 걸렸을 경우 가장 큰 성비 차이를 나타냈다. 여아 1인당 남아 출생자가 0.7명에도 못미쳤다.
남아의 사산율이 높아진 사실도 동시에 관찰됐다. 미나마타 병이 발생하기 전후엔 미나마타 시의 여아 1인에 대한 남아 사산율이 1.2명 정도로 여타 지방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1955∼59년 사이엔 여아 1인당 1.75명으로, 사산율이 급증했다. 그러나 아직 어떻게 이런 성비 불균형이 초래됐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수은 중독은 임신 후반기, 태아의 두뇌가 성장하는 시기가 가장 취약하다. 수은은 산모보다 태아에게 훨씬 더 많이 축적되므로 태아에게 수은이 노출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어패류를 자주, 많이 섭취하는 인구집단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2006-05-2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