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어머니들, 가족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켜낸 40년의 용기

보랏빛 어머니들, 가족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켜낸 40년의 용기

반영윤 기자
입력 2025-12-14 16:15
수정 2025-12-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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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어머니’ 민가협 40주년 행사
초대 공동대표 “참 벅찬 여정” 회상
도종환 시인, 눈물 머금으며 시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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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창립 4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이청자(84·가운데) 민가협 초대 공동대표와 딸 이춘(62·오른쪽)씨. 반영윤 기자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창립 4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이청자(84·가운데) 민가협 초대 공동대표와 딸 이춘(62·오른쪽)씨. 반영윤 기자


“처음엔 구속된 딸을 감싸고 싶었을 뿐인데, 그 걸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돌아보니, 참 벅찬 여정이었네요.”

이청자(84)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초대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민가협 창립 40주년 기념, 어머니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딸 이춘(62)씨의 손을 꼭 잡은 채 무대를 바라보던 그는 “애국 학생들을 석방하라고 외치며 거리로 나섰던 날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985년 4월,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딸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씨는 곧장 구치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마주한 건 ‘반국가단체 동조’라는 죄목 아래 갇혀 있던 수많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이씨는 “고문과 부당한 구금이 반복되던 시절”이라면서 “자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던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투쟁과 연대를 상징하는 보랏빛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거리에 나섰다”고 떠올렸다. 모성애가 모이고 모여 그해 12월 12일 민가협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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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이 민가협 40주년 행사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보랏빛 어머니’를 낭송하고 있다. 도 시인은 보랏빛 수건을 머리에 매고 ‘양심수 석방’에 앞장선 민가협 활동가들을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고 목 놓아 불렀다. 반영윤 기자
도종환 시인이 민가협 40주년 행사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보랏빛 어머니’를 낭송하고 있다. 도 시인은 보랏빛 수건을 머리에 매고 ‘양심수 석방’에 앞장선 민가협 활동가들을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고 목 놓아 불렀다. 반영윤 기자


이날 행사는 민가협 40년의 여정을 기리는 헌정 무대였다. 5000석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쳤던 어머니들의 용기에 박수로 화답했다. 정태춘, 박은옥, 안치환, 이은미 등 가수들이 차례로 무대를 채웠다. 도종환 시인이 눈물을 머금고 ‘보랏빛 어머니’를 낭송했고, 관객들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행사장 안팎에는 보라색 옷과 목도리 등을 착용한 시민들이 유독 많이 띄었다.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이성환(59)씨는 “대학 시절 시위 현장에서 앞장서던 어머니들을 기억한다. 그분들처럼 아픔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힘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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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도 행사를 함께 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행사에 왔는데, 이렇게 큰 뜻을 품은 단체가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며 “탄핵 정국 촛불 집회에 참여하며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느꼈는데, 어머니들이 40년 간 씨앗을 뿌려왔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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