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용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울산 의정보고회 하러 가는 길, 평산에 들러 문재인 전 대통령님을 찾아뵀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고민들을 여쭙고 고견을 청해듣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이어 “‘복합적인 위기를 타개할 국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 위기를 논하지 않는 정치, 그렇기에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분노하는 국민, 이 암울한 정국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지난 몇 개월간 저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한민국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산화’라는 역사적 도약을 이뤄낸 바 있다”며 “그때의 경험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나갈 사명으로 국민통합을 해내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고 그 고민 속에 비전과 사명을 중심으로 한 연합정치, 개혁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 소결이었다”고 했다.
특히 용 의원은 “지난 2018년에 문 전 대통령이 추진하셨던 개헌안에 들어있던 ‘표의 비례성’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라도 정치개혁의 퇴행을 막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문 전 대통령에) 약속드렸다”며 “문 전 대통령이 표의 비례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수제와 비례대표제를 연동해 정당 지지율에 최대한 가깝게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사표(死票)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으로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에는 2020년 총선에 처음 도입됐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제도로, 2016년 총선까지 시행됐다.
현재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거나 2020년 총선 당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위성정당’을 다시 창당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지난 4일 “어떠한 형태든 연합 비례정당(위성정당)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박자를 맞췄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용 의원을 만난 것은 제3지대 진보정당을 격려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개혁 산물인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때인 2019년 12월 문 전 대통령 대선 공약인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만남은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병립형 비례제 회귀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지난달 기본소득당은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과 함께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려 내년 1월까지 제3지대 개혁연합신당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용 의원,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과 함께한 행사에서 개혁연합신당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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