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실패, ‘李대표 사당화’ 앞 침묵
‘무늬만 초선’, 공천 과정서 솎아 내야
생각에 잠긴 인요한 혁신위원장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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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겨우 넉 달 앞둔 상황에서 ‘정권 견제론’이 ‘정권 지원론’보다 크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선거 승패를 가르는 중도층 지지율이 야당의 절반이라는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여당의 자체 분석 결과 서울 49석 중 우세 지역이 6곳뿐이라는 참혹한 수치까지 나왔는데 정작 지도부는 쉬쉬했다니 할 말이 없다. 기득권 지도부의 이런 안이함보다 더 한심한 것은 이 지경에도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초선 의원들이다. 59명이나 되는 여당의 초선 의원 중 빈손 혁신위의 책임을 지도부에 따져 물은 이는 김미애 의원 한 사람뿐이다. 집권당 전체 의원의 절반이 넘는 초선들이 이렇게까지 무기력한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 영남 출신인 이들은 당의 쇄신보다는 현 체제 유지가 공천에 더 유리하다는 계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공천에서 탈락할까 지도부 눈치만 살피기 급급한 비겁함은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도 다를 게 없다.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의 반영률을 3배 이상 높이는 당헌 개정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마당이다. 내년 전당대회 룰을 굳이 총선을 앞두고 바꾼 당헌이 ‘이재명 대표 1인 사당화’를 노린 작업임을 모를 리 없는데도 누구 한 사람 입도 떼지 않는다. “나치당처럼 돼 간다”는 말까지 나왔고, 민주당 출신 전직 총리들까지 우려를 쏟아냈을 정도다. 다수 의견 존중이 핵심 가치인 정당 민주주의가 눈앞에서 훼절되고 있어도 한몸처럼 침묵하는 거야의 초선 의원이 무려 80명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을 위해 참신한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지금 여야의 행태를 보면 부질없는 일로만 보인다. 소신 행보로 정치 쇄신의 주체가 되기는커녕 초선 의원들이 한시가 급한 정치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 21대 국회 끝까지 책임정치와는 거리가 먼 ‘무늬만 초선’들은 내년 총선 전 공천 단계에서부터 솎아 내야 한다.
2023-12-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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