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 여군 장교 겨우 4%…그들이 비주류인 이유는
여군의 역사는 ‘차별의 역사’2002년에야 여군 병과 폐지
현재도 간호·행정업무에 집중
복지 향상 등 대대적 개혁 필요
2021년 12월 수도방위사령부 35특공대대 독거미중대 대원들이 대테러훈련을 하고 있다. 수도방위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1일 학술지 ‘군사연구’에 실린 ‘한국군 여군 인력 운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전투근무지원을 하던 여자의용군 권이순 이등중사(현재의 병장)가 적의 총격으로 전사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에 ‘여자까지 전사하게 해서 되겠느냐’는 인식이 군 내부에 급속히 확산하고, 여군의 전사를 ‘중대 문제’로 인식해 비난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그 해 8월엔 전방 전투부대에 있던 여군 전원을 후방으로 철수시키는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여군의 전투 참여를 반대하는 여론은 이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런 흐름을 바꾼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군사 쿠데타 핵심 멤버이자 장성 출신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1989년 ‘국방분야 여성 인력 확대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했고, 이듬해 여성으로만 이뤄진 ‘여군 병과’가 폐지되게 됩니다. 그런 뒤에도 ‘여군학교’는 한참 더 운영됐고, 2002년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럼 이런 차별이 사라진 뒤 여군은 군의 요직을 차지했을까요. 답은 ‘아니다’입니다. 여군은 당시와 비교해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 했습니다.
전쟁기념관서 의장 시범 선보이는 여군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광장에서 열린 국군 군악.의장 행사에서 여군이 의장 시범을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전쟁기념관은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의장 행사를 17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2.6.3 뉴스1
●여전히 간호·행정에 집중된 여군…왜?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됐을까. 여군의 잠수함 근무가 2024년부터 허용될 정도로 군에는 여전히 여군에게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 많습니다. 심지어 각종 업무시설과 훈련장에 여군을 위한 시설을 구비하는 걸 빈정대는 인식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여군은 남성보다 2~3배는 먼 거리의 화장실을 가거나, 상급자가 여성 하급자를 위해 개인 시설을 내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경북 영천시 육군 3사관학교 사동훈련장에서 여군 사관후보생들이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분대훈련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가장 선진화된 조직을 갖춘 미군은 2020년 기준 총 병력의 18%가 여군이며, 해군의 21%, 육군 18%, 공군 22%, 해병대 8%, 해안경비대 16%가 여군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술 발달로 성별 역할 구분이 필요없다고 판단하면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군인 270만 명 중 여군이 10% 이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캐나다도 전체 군 병력의 16%가 여성이며, 장교의 33%가 여군입니다. 파병 캐나다군 중 여군 비율은 10% 정도입니다. 이들 국가는 대대적인 시설 개선과 제도 혁신, 성평등한 문화를 갖추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지난해 여성 육군장관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군 확충은 ‘필수’…군 복지 향상이 답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모역 보수기지 일대에서 열린 ‘한미연합 위험성급조폭발물제거(EHCT) 훈련’에서 미군 11공병대대 여군이 가상의 테러 진압 도중 발생한 한국군 부상자를 둘러업고 이송하고 있다. 2022.9.1 뉴스1
앞서 밀리터리 인사이드에서 거듭 강조해왔지만, 장교나 부사관은 지원율은 계속 급감할 전망입니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경쟁률은 올해 2.4대1까지 내려왔고, 수도권 대학 중 ROTC 정원을 못 채우는 곳이 등장했습니다. 따라서 군의 빈 자리는 여성으로 채울 수 밖에 없으며, 전투병과 장교 및 부사관의 여성 비율 확대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됐습니다. ’여군은 남군의 보조역할’이라는 뿌리깊은 차별과 배제를 넘어 우리가 가야 할 구체적인 방향인 무엇인지 군과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