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짧은 일생을 그린 영화 ‘탄생’의 주인공 김대건 신부를 연기한 배우 윤시윤이 16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별 알현하면서 영화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뒤에 이날 알현을 주선한 유흥식 대주교도 황짝 웃고 있다.
교황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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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현지시간) 바티칸 시국의 교황청에서 한국인 첫 가톨릭 사제인 성 김대건(1821∼1846)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탄생’ 제작진을 알현해 이렇게 덕담했다. 박흥식 감독을 비롯해 윤시윤과 김강우 등 주·조연 배우들,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 관계자 30여명은 이날 교황청의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을 만났다.
교황은 매주 수요일 아침 주례하는 ‘수요 일반 알현’에서 한 시간 남짓 할애해 두 차례 개별 알현을 받는데 이날은 한국에서 온 영화인들에게 이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 이날 오후에는 교황청 뉴 시노드 홀에서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탄생’의 세계 첫 시사회가 열렸다. 교황청 시사회도 각별하지만, 뉴 시노드 홀 대관은 더욱 이례적인 일이라고 가톨릭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곳은 추기경 회의 등 교황청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가 열리는 장소로, 이곳의 대관을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교황의 특별한 배려란 평가다.
교황은 이날 개별 알현을 주선한 유흥식 추기경으로부터 영화의 기획 의도와 김대건 신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한국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김대건 신부에 관한 영화를 만든 것이 인상적”이라며 “제가 여러분들의 방문으로 영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례적인 덕담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과의 개인적인 일화를 풀어내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인 교황은 그곳에서 자신이 만났던 한국인은 영리한 사업가이자 고난 속에서도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고 떠올렸다. 교황은 “그 미소는 화장을 많이 한 미소가 아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태어난 미소”라고 규정한 뒤 “비극적인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근면한 한국인은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항상 웃으면서 그 일을 했다. 여러분의 미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핼러윈 축제 때 한국의 많은 젊은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일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다“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참석자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고 악수하며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 뒤 영화 ‘탄생’의 배급사 관계자가 영화 흥행에 대한 소원을 말하자 “천만 관객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화답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흥식 감독은 교황 알현 뒤 “영화에서 김대건 신부가 순교하면서 마지막에 웃는다. 그런데 교황님이 한국인들이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지을 줄 아는 민족이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어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영화”라며 “우리가 김대건 신부님을 영화로 만든 이유는 지난해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기도 했지만, 우리 시대가 김대건 신부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인공 김대건 역을 소화한 배우 윤시윤은 “제가 안 보이고 김대건이라는 인물만 보였으면 좋겠다”며 “교황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청년 김대건이 바다를 건너 그 긴 항해를 통해 저라는 대리인을 통해 바티칸에 도착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제가 아니라 김대건이라는 인물만 보였으면 한다”고 거듭 말했다.
영화는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종교와 신앙에 무게를 두기보다 조선의 근대를 열어젖힌 시대의 선각자, 청년 김대건의 삶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며 오는 30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박흥식 감독과 배우 윤시윤을 비롯한 영화 ‘탄생’ 제작진들이 16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시국 교황청의 뉴 시노드 홀에서 시사회를 마친 뒤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바티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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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통신원은 영화가 끝난 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으며 붉게 물든 눈시울을 훔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외교관들을 위해 마련된 좌석에 있던 관객이 이탈리아어로 “Viva chiesa Coreana!(한국 교회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파올로 루피니 교황청 홍보부 장관은 “아름다운 영화였다. 당시의 고통과 슬픔, 기쁨의 역사를 잘 표현한 훌륭한 연출이었다”면서 “특히 신자들은 사제들을 필요로 하고 사제들도 신자들 안에서 힘을 얻는 상생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교황청 대심법원 차관 안드레아 리파 주교는 “한국 교회에 대해 영화화해줘 감사하다”고 전하며 “영화 자체도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추규호 교황청 주재 대사는 “그리스도적인 존엄과 자유에 관한 이 영화가 요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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