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 리그 꼴찌·비리 의혹에 매각
4년 임기 시장의 갑질… 시민 반발 커
낙하산 막고 구단 시스템 개선이 우선
김경두 체육부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 지사가 임명한 대학 후배이자 측근인 안종복 경남FC 대표가 외국인 선수 영입 계약금을 부풀려 빼돌리는 방식으로 10억원을 뒤로 챙겼고, 심판 매수 사건마저 불거지면서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구단은 리그 강등뿐 아니라 비리의 온상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다행히 팬들의 거센 반발과 특별 감사에도 꼬투리 잡을 게 없자 사태는 구단·선수단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일단락됐다. 그리고 2018년 극적으로 반등했다. 새 구단주의 통 큰 지원과 김종부 감독의 리더십, ‘하면 된다’는 선수들의 투지에 힘입어 한때 꼴찌였던 경남FC는 역대 최고 성적인 1부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은 덤이었다.
7년여 뒤 ‘시민구단’ 성남FC가 닮은꼴 운명에 처했다.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성남FC 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 “기업에 매각하거나 어떤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후원금 강요와 유용 의혹 확산으로 구단 이미지가 추락했으니 팔거나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구단이 오롯이 짊어져야 할 책임인가. 설사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구단은 이름만 빌려준 피해자이지 비리의 몸통은 아니다. 대기업 민원을 해결해 주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성남시청 관계자와 성남FC에 낙하산으로 내려온 이들이 책임질 일이다. 오히려 낙하산을 막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게 신 시장이 해야 할 일이다. 정치적인 셈법으로 구단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건 축구 팬들과 성남 시민에 대한 갑질이다.
신 시장은 또 “1부 리그에서 꼴찌만 하고 있다. 시민들의 혈세를 먹는 하마를 계속 갖고 가는 것은 성남 시민들에 대한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라면 시민구단과 도민구단은 강등 위기에 몰릴 때마다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투자 없이 좋은 성적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경남FC의 반등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임기 4년짜리 시장의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성남FC의 역사가 가볍지 않다. 1989년 창단된 성남FC(옛 성남 일화)는 한국 프로축구의 산 역사다. 1993~1995년과 2001~2003년 두 차례의 3연패를 포함해 1부 리그 우승 7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리그컵 우승 3회, FA컵 우승 3회 등 굵직한 것만 꼽아도 이 정도다. 1부 리그 최다(9회) 우승 구단인 전북 현대를 빼고는 견줄 구단이 없다.
유럽에는 100년 넘는 축구클럽이 흔하다. 그 긴 시간 동안 구단의 ‘흑역사’가 없었겠는가. 악재가 터질 때마다 매각과 해체로 답을 찾았다면 전통의 명문 구단이라고 불리지 않았을 거다. 성남시 행복소통청원 게시판에는 성남FC 매각과 해체를 반대하는 청원이 10개가 넘는다. 지난 나흘 동안 시민 3000여명이 청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치적인 이유로 역사 깊은 축구팀을 없애는 걸 우려합니다. 예산 규모가 전국 톱인 성남시가 축구팀 운영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는 청원 글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다. 정쟁의 수단이 아닌 상생의 눈으로 시민구단 성남FC를 바라볼 때다.
2022-08-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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