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암 환자 10명 중 9명이 씹은 ‘죽음의 열매’…中 “광고 규제”

구강암 환자 10명 중 9명이 씹은 ‘죽음의 열매’…中 “광고 규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0-10 11:38
수정 2021-10-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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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동남아서 널리 애용되는 빈랑나무 열매

중국, 동남아 등에서 즐기는 빈랑나무 열매
중국, 동남아 등에서 즐기는 빈랑나무 열매 사진은 파푸아뉴기니의 한 시장에서 판매되는 빈랑나무 열매.
AP 연합뉴스
중국과 대만,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오랜 세월 씹는 용도로 사랑을 받아온 열매에 대해 중국 당국이 광고를 전면 금지했다.

전통적으로 위와 치아에 좋다고 알려진 이 열매가 사실은 구강암을 유발하는 ‘죽음의 열매’였기 때문이다.

中당국 “빈랑나무 열매 광고 전면 규제”9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중앙TV(CCTV)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최근 현지 언론 감독기관인 광전총국은 빈랑나무 열매를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물론 인터넷 등에서도 광고하는 것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빈랑나무 열매는 중국의 전통 한약재로서, 냉증을 앓거나 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에 중국과 대만,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와 태평양 제도 등에서 씹는 열매로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의 페낭 섬의 이름은 이 열매에서 이름을 따왔다.

구강암 주범…WHO, 2004년 발암물질 등록
잎에 싸서 씹는 빈랑나무 열매
잎에 싸서 씹는 빈랑나무 열매 123rf
그러나 현대 의학이 발달한 이후 빈랑나무 열매는 이들 지역에서 구강암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 연구소는 이미 2004년 빈랑 열매를 발암물질로 등록했다. 또 2017년엔 중국 당국 역시 빈랑 열매의 성분인 아레콜린을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의학 전문지 랜싯은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이 몇 년 전 빈랑나무 열매에 대한 광고를 전면 규제하려고 시도했으나 관련 업계의 압박에 좌절됐다고 전했다.

당시 랜싯 보고서가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의 구강암 환자 8222명 중 90%가 빈랑 열매를 씹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난성은 허난성에서 재배된 빈랑 열매가 가공되는 지역으로, 빈랑 열매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중국 연구기관인 CNKI의 연구에 따르면 2009~2015년 후난성의 구강암 발병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30% 높았다.

장기간 씹으면 치아 검어지고 뺨 부풀어올라
수십년간 빈랑나무 열매 즐기는 대만 택시기사
수십년간 빈랑나무 열매 즐기는 대만 택시기사 43년간 빈랑나무 열매를 씹어온 대만의 한 택시기사의 치아.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제도 일대에서 껌이나 담배처럼 씹는 기호품으로 애용된 빈랑나무 열매는 구강암이나 치아 변색 등을 일으킨다.
EPA 연합뉴스
2015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담배의 니코틴 중독을 유발하는 뇌의 수용체를 빈랑 열매의 아레콜린 성분 역시 동일하게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랑 열매를 몇 년간 사용한 사람들은 뺨이 부풀어오르고 아래턱이 돌출되며 치아가 검어지는 증상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한의 한 음악학교 1학년 학생은 빈랑 열매를 씹은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았는데 입을 벌리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광고 규제만으로 빈랑 사용 줄어들까…회의적 시각도
중국 드라마에서 빈랑 열매 씹는 등장인물
중국 드라마에서 빈랑 열매 씹는 등장인물 중국 드라마 “범죄 단속”에서 아이돌 출신 배우가 연기하는 경찰관이 정신을 맑게 하겠다며 빈랑 열매를 씹는 장면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랑 열매를 즐기는 풍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방영 중인 중국 내 드라마에서는 경찰관 역을 맡은 아이돌 출신 배우가 정신을 맑게 한다면서 빈랑 열매를 씹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 예능 프로그램에서 빈랑 열매를 홍보하는 짧은 스케치가 나오기도 했다.

후난성의 빈랑 산업 협회는 여전히 공식 홈페이지에서 빈랑 열매의 이점을 옹호하는 내용을 게시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후난성 현지에서는 빈랑 광고 규제가 주민들의 빈랑 섭취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후난성의 한 주민은 상하이데일리에 “담배 광고가 없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다만 대만 보건부가 전국적인 빈랑 금지 캠페인을 벌인 결과 빈랑 사용자가 2007년 17.2%에서 2018년 7%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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