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학생도 교육 허용…남학생과 같은 교실선 안돼”

탈레반 “여학생도 교육 허용…남학생과 같은 교실선 안돼”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8-30 18:01
수정 2021-08-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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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대학 입시 전국 1등
아프가니스탄 대학 입시 전국 1등 올해 아프가니스탄 대학 입학시험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한 샐게이 바란이 카불 자택에서 26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아프간에서 의사가 되길 원하지만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꿈이 이뤄질지 불투명해졌다. 2021.8.2
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이 과거 집권기엔 금지했던 여성의 교육을 허용한다면서도 남녀 분리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30일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탈레반 고등교육부장관 대행 압둘 바키 하카니는 “아프간 국민은 남녀 혼합 없이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등 교육을 계속 받을 것”이라며 “여학생도 공부할 권리가 있지만, 남학생과 교실은 분리해야 한다”고 전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전통 부족 원로회의인 ‘로야 지르가’(Loya Jirga)에 참석해 “탈레반은 이슬람, 국가, 역사적 가치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이슬람적인 교육 과정을 만들어 다른 나라와 경쟁하길 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카니 대행은 같은 날 대학 관계자들과 가진 자리에서도 “아프간 여학생들에겐 공부할 권리가 있지만, 남학생과 같은 교실은 안 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남녀 교실을 분리하기로 했다.

그는 “교육 부문의 지난 20년간 성과를 이어갈 것”이라며 “대학교 강의를 곧 시작할 것이고, 교수·강사 등 급여도 지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 장관 대행으로 나선 탈레반의 압둘 바키 하카니.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고등교육부 장관 대행으로 나선 탈레반의 압둘 바키 하카니.
AFP 연합뉴스
탈레반은 과거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여성 인권을 탄압했다.

당시 여성들은 교육은 물론 일할 기회도 빼앗겼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했으며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탈레반 지도부는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며 “여성도 정부에서 같이 일하자”고 유화적 메시지를 내놨지만 실제 곳곳에서는 과거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사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격을 받는가하면 미용실 광고 간판의 여성 모델 사진이 검은색을 덧칠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의 ‘여성도 존중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크다.

단적으로 탈레반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 원로회의에 여성은 1명도 없었다.

이전 정부에서 한 시립대에서 근무했던 강사는 AFP통신에 “탈레반 고등교육부는 대학 정상화와 관련해 남성 교사와 남학생들과만 협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의 의사결정 참여를 체계적으로 막고 있으며, 이는 곧 탈레반의 약속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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