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울한 한국… ‘삶 포기’ 女보다 男, 50대 가장 많았다

여전히 우울한 한국… ‘삶 포기’ 女보다 男, 50대 가장 많았다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21-07-04 18:02
수정 2021-07-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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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21 자살예방백서’

2019년 1만 3799명… 1년간 0.9% 늘어
코로나 확산된 작년엔 1만 3018명 줄어
사회 전반 우울감에 2∼3년 뒤 늘 수도

남성 31~60세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커
61세 이상은 육체적 고통에 극단적 선택
“주변에 보내는 신호에 세심한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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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4일 2019년 우리나라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뉴스1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4일 2019년 우리나라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뉴스1
정부의 노력에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보건복지부 등이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9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망자는 1만 3799명으로, 2018년보다 0.9% 늘어났다. 2020년은 1만 3018명으로 2019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회 전반에 우울감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2~3년 이후에는 극단적 선택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2019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 중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성별로 남성이 973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0.5%, 여성이 4069명으로 29.5%를 차지했다. 인구 10만명당 극단적 선택 비율은 남성이 38명으로, 여성(15.8명)보다 2.4배 높았다. 또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8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와 성별로 극단적 선택 동기가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은 10~30세는 정신적 어려움, 31~60세는 경제적 어려움, 61세 이상 고령층은 육체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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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방민지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주변에 미리 신호를 보내는데 우리는 그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할 뿐”이라면서 “노인과 청소년을 비롯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이웃에게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무기력과 우울감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경기 분당의 여중생 A(13)양은 부모와 상담 치료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았다. A양과 그의 부모는 합동 상담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그 결과 가족애를 되찾고 A양의 우울감도 치료됐다. 전문가들은 정신과 상담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극한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자살을 고민할 때, 보통은 ‘도와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면서 “힘든 처지에 있는 이웃 중 평소 좋아하던 것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대인관계 패턴이 달라지는 신호들을 보일 경우 잘 살펴 주고 비판 없이 들어 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자살 고위험군을 위해 운동요법 등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한 기초지방자치단체 국장급 공무원인 B(50대 중반)씨도 공무원이 되기 전 극심한 우울증을 경험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메산골 출신인 그는 ‘수재’라 불릴 만큼 장래가 촉망됐으나 20대 후반까지 취업을 못 하면서 극심한 방황을 했다고 한다. B씨는 “동생들이 모두 출근하고 빈방에 홀로 남았을 때 참을 수 없는 ‘극단적인 선택’의 유혹을 경험했다”면서 “그때 집에서 나와 생기 있는 거리를 걷고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한 것이 검은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복지부 염민섭 정신건강정책관은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앞으로 정신건강전문요원 등을 적극 배치해 상담의 질을 높이고, 고위험군의 체계적인 관리 등 자살예방 정책의 시스템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07-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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