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서 조선시대 유물 대거 발견
물시계 주전 일부·천문시계 ‘일성정시의’
기록만 전해졌던 유물들 실물로 첫 확인
승자총통 등 8점 1583~1588년 제작 짐작
“조선 전기 과학 수준 복원할 중요 단서”
문화재청이 29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서울 종로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공개했다. ①금속활자를 품은 항아리 옆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승자총통 8점. ②비슷한 위치에는 16세기에 제작한 동종도 묻혀 있었다. ③이곳에선 ‘세종실록’ 기록으로만 존재했던 주야간 천문시계 ‘일성정시의’의 부속품도 발견됐다. 실록에는 1437년 세종이 일성정시의 4개를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제공
금속활자가 담긴 항아리 안에서 세종~중종 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의 주전(籌箭) 일부로 보이는 동제품들이 잘게 잘린 상태로 발견됐다. 동제품은 동판과 구슬방출기구로 구분되는데, 동판에는 여러 개의 원형 구멍과 ‘일전’(一箭)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구슬방출기구는 원통형 동제품 양쪽에 각각 걸쇠와 은행잎 형태의 갈고리가 결합됐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작은 구슬을 저장했다 방출해 시간을 알리는 장치인 주전의 기록과 일치한다. 기록으로만 전해진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의 주전 실물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과장은 “1438년(세종 20년)에 제작된 흠경각 옥루이거나 1536년(중종 31년) 창덕궁에 새로 설치한 보루각의 자격루로 추정된다”면서 “현재 복원된 옥루와 자격루의 보완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종이 만든 주야간 겸용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는 항아리 옆에서 출토됐다. 낮에는 해시계로 사용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했다. ‘세종실록’에는 1437년 세종이 일성정시의 4개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실물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번에 출토된 유물은 일성정시의 중 주천도분환, 일구백각환, 성구백각환 등 주요 부품들로 시계 바퀴 테두리를 구성하는 원형 고리 3점으로 추정된다. 이용삼 충북대 교수는 “세종 시대는 최고의 천문 기술과 시설을 갖췄지만 남은 유물이 없어 문헌으로만 살펴볼 수 있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가 세종 때 제작된 천문의기 복원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1-06-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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