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함장 숨진 채 발견…군 부조리 고발 운영자 “괴롭다”

해경 함장 숨진 채 발견…군 부조리 고발 운영자 “괴롭다”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6-28 17:29
수정 2021-06-28 17:2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육대전 “공익 위해 시작했지만 괴로워…더 신중할 것”

의경 아들 자신 함정 배치 의혹
해경 함장 숨진 채 발견
의무경찰인 아들을 자신이 지휘하는 함정으로 인사발령 냈다는 의혹을 받는 해경 함장이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사안을 처음으로 알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운영자는 괴로운 심정을 드러냈다.

육대전 운영자는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26일 해경 의무경찰 관련 제보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해당 제보를 업로드 했고 이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함장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며 “깊은 유감을 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껏 페이지를 운영하며 제보를 해주는 한 분 한 분마다 말 못 하는 사정이 있고 부당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며 “저는 이런 일에 종사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개인 신분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사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럼에도 육대전을 운영하는 것은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육대전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공익을 위해 좋은 뜻,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 굉장히 괴롭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전했다.

또 “이번 보도로 여러 많은 분께 많은 질타를 받았다”며 “그렇지만 또 다른 분께서는 누군가는 사회에 빛은 밝히기 위해 어둠을 드러내야 하고 육대전이 감수해야 할 사명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많은 분의 의견을 소중히 받아 업로드 함에 있어서 한 번 더 검토하고 생각해 더욱 신중하게 업로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오후 10시쯤 올라온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의 글/육대전 페이스북 캡처
지난 27일 오후 10시쯤 올라온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의 글/육대전 페이스북 캡처
해당 함장, 육대전 폭로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앞서 육대전에는 지난 25일 ‘해경 500톤(t)급 함정의 함장이 의경 아들을 자기 배로 인사발령 냈다’는 내용의 익명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군대로 따지면 대대장 아들이 같은 대대에서 근무하는 거고, 해군으로 이야기하자면 함장 아들이 같은 배에서 근무하는 것”이라며 “해경 내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쓰여 있었다.

동해해경청 소속이었던 간부 A씨는 이튿날 대기발령 조치됐다.

속초 해경 등에 따르면, 의무경찰이자 아들인 B씨는 지난 2일 자로 자신의 아버지가 함장으로 있는 동해 최북단 500t 해상경비함정에 배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이 배에 오르고 20여일 뒤인 지난 25일 다른 곳으로 배치됐다는 것이다.

A씨는 대기발령 조치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7일 오후 4시 50분쯤 강원 속초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해경의 명예를 실추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