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비용 왜 이렇게 비싸졌나요?”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코로나 검사비용 왜 이렇게 비싸졌나요?” [강주리 기자의 K파일]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3-11 17:29
수정 2021-03-11 17:4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확산세 여전한테 수도권·비수도권 검사비 격차 지역 불만 속출

병원·학교·회사, 코로나 검사지 제출 요구
“입원? 그건 개인사정 검사 자비 부담”
일부 지역 진단 검사비 7만~최대 30만원
무료 선별진료소 찾아 ‘편법’ 지역 이동 검사
이미지 확대
코로나19 검사받는 외국인 근로자들
코로나19 검사받는 외국인 근로자들 11일 오후 경북 경산의 한 건설 현장에 설치된 임시선별 진료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2021.3.11 연합뉴스
지난 2일 인터넷사이트에서 코로나19 검사 자비 부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글. 네이버 캡처
지난 2일 인터넷사이트에서 코로나19 검사 자비 부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글. 네이버 캡처
“확진자는 줄지 않고 그대로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라고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도, 비용도 너무 부담스러워졌네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위한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내린 지 한 달이 되면서 비수도권 곳곳에서 코로나 검사비 상승과 까다로운 검사 조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5단계 하향 조정돼서 검사 못해줘요”
경남 함안군에 사는 60대 A씨는 타 지역에서 암 수술을 하는 아내의 병원 입원 시 보호자도 코로나 검사확인서를 내야 한다는 말에 집 주변 선별진료소인 보건소를 찾았다. 그러나 보건소 측은 “1.5단계로 하향 조정돼 검사를 해 줄 수 없다”며 일반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병원은 A씨에게 9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검사비로 제시했다. 임시 선별진료소는 무료였지만 단계가 하향 조정된 지난달 15일 철거됐다. A씨는 “단계만 바뀌었을 뿐인데 검사 받기도 힘들고 많이 비싸진 것 같다”면서 “비용 부담이 되는 사람들은 검사를 안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의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입원을 위한 코로나 검사비용 고민’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서울 소재 병원 입원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선별진료소에 갔는데 “1.5단계라 무료도 아니고 검사 대상자도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입원은 개인사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그는 병원에서 12만원의 비용을 내고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경기 지역은 무료 검사를 한다고 들었다”면서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야 하는데 시골에 살아 병원에 가기 힘든 것도 억울한데 너무한다”며 늘어난 검사비를 우려했다.

경북 경산의 거주한다는 한 맘카페 회원도 “분만을 위해 입원차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는데 선별진료소에서는 입원은 개인 사정이라 무료도 안 되고 1.5단계라 검사도 안 된다며 개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면서 “진통이 정확히 언제 올 지 예상해서 유효기간 내 검사를 하느냐”며 비용으로 16만원이라고 적었다.
이미지 확대
대구시 ‘대학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구시 ‘대학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9일 오전 대구 달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 의료진과 상담하고 있다.

대구시는 학생 밀집도가 높은 대학가에 새 학기를 맞아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우려가 커진 만큼 경북대와 계명대(성서) 캠퍼스 인근 일반음식점 종사자를 대상으로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PCR 선제검사를 실시하는 등 선제적 특별방역대책을 추진한다. 2021.3.9 뉴스1
유증상자·밀접접촉자만 지원
검사비 7만~최대 30만원
1.5단계인 비수도권은 상당수 지역이 유증상자나 밀접접촉자 등에 한해 코로나 검사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최대 7만원을 받는가 하면, 병원은 8만원에서 최대 30만원에 이르는 검사비를 요구했다. 검사를 받고 입원환자는 다소 저렴했으나 응급실(응급관리비)을 이용하거나 코로나19 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있으면 비용이 더욱 늘어난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질병 목적이 없으면 본인 부담이 원칙이고 진단비 책정은 병원 자율”이라면서 “병원은 통상 8만원대에서 보험가를 감안해 최대 2배까지 받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같은 대구라도 B병원은 9만원, C병원은 12만~13만원이며 응급실 이용 시 20만원까지 늘어난다. 전라권 병원은 8만~10만원, 세종·대전·충청권에선 8만 6000원~12만원, 응급실은 20만~30만원이었다. 부산 D·E 병원도 14만~16만원을 받았고, 응급실은 동일하게 30만원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나마 저렴한 병원을 찾아 헤매고, 주소지 확인이 덜 까다로운 무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사를 받는 ‘편법’도 등장했다. 대학교 기숙사 입소를 앞둔 학생들은 최대한 싸게 검사받는 병원과 지역을 수소문하는 글들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몸이 좀 으슬거리고 오한이 난다고 해라”, “증상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만 해도 해준다” 등등 대처술까지 댓글에 달렸다.
코로나 검사 비용 부담 고민
코로나 검사 비용 부담 고민 한 비수도권 지역 온라인커뮤니티 맘카페에서 코로나19 검사비 유료 전환에 따른 부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2021-03-11
정부 “검사비 비급여라 병원마다 차이
입원 등 본인증명 지원 검사여력 한계”
복지부는 병원 측에 홈페이지를 통해 비급여인 코로나 검사비 고지 등을 의무적으로 하라고 했지만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안내하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진단검사정책팀 관계자는 “검사비가 비급여라 병원마다 차이가 나고 비수도권은 수도권보다 확진 확률이나 연속성이 낮아 지원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면서 “입원·회사제출 등 본인 증명을 위한 지원은 검사여력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1.5단계에서는 해외 출장, 대학 기숙사 제출, 회사 전수조사 등 코로나로 인해 불가피하게 검사 확인이 필요할 때도 자비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무증상자 검체 검사를 해달라고 17개 각 시도에 있는 보건환경연구원에 요청하면 (지원 받는) 검사 대상자를 넓힐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미지 확대
확진자 집단 발생한 평창 진부면 주민 전수검사 진행
확진자 집단 발생한 평창 진부면 주민 전수검사 진행 10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체육공원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자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진부면에서는 9∼10일 이틀 새 코로나19 확진자 38명이 발생해 보건당국이 주민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1.3.10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확진자 집단 발생한 평창 진부면 주민 전수검사 진행
확진자 집단 발생한 평창 진부면 주민 전수검사 진행 10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체육공원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진부면에서는 9∼10일 이틀 새 코로나19 확진자 38명이 발생해 보건당국이 주민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1.3.10 연합뉴스
“국가전염병 위기서 자비 검사 부적절”
“싼 곳 찾아 옮겨다니면 감염 확산 위험”
“집단면역 전까지 가격 통제, 부담 낮춰야”
“코로나 검사, 병원 돈벌이 수단 전락 안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검사비 부담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인 질병이 아닌 국가재난전염병 위기상황에서 자비로 알아서 검사받으라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그넷 효과’라고 해서 사람들은 더 좋게 대우해주는 곳으로 옮겨다니는 경향이 있다”면서 “검사를 기피하거나 검사비를 줄이려 편법으로 지역을 옮겨 다니면 감염이 확산될 위험이 있는 만큼 집단면역 전까지는 어디서든 동일 비용으로 검사를 받도록 가격 통제를 하고 검사비 부담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서울시에서 익명 검사라도 받으라고 한 건 선제적 대응을 통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면서 “이런 시국에 의료가 장사가 돼서는 안 된다. 의료비 산정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벗어나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지우거나 국민에게 비용부담을 떠넘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이경민 사회경제팀장도 “정부가 일괄적 비용 지침을 내리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면서 “코로나 검사가 병원 측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검사비의 국비 예산 지원 규모를 늘리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무증상자나 선별 목적으로 검사 받는 이들에 대한 지원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미지 확대
코로나19 검사 기다리는 외국인 근로자들
코로나19 검사 기다리는 외국인 근로자들 11일 오후 경북 경산의 한 건설 현장에 설치된 임시선별 진료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앞서 경상북도는 사업장 집단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자 행정명령을 내려 외국인 근로자를 5인 이상 고용한 사업주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오는 12일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2021.3.11 연합뉴스
신규 확진 465명…사흘째 400명대
비수도권 111명 이틀 만에 세 자릿수
한편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65명이 늘어 사흘 연속 400명대를 이어갔다.

지난 10일에는 470명이 늘어 지난 2월 19일(561명) 이후 19일 만에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잇단 외국인 근로자의 집단감염이 4차 유행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333명) 확진자 수는 75%로 전날보다 비중이 소폭 줄어든 반면 비수도권 확진자 수는 지난 9일(128명)에 이어 이틀 만에 다시 111명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서울 137명, 경기 178명, 인천 18명이었다. 비수도권은 강원 30명, 울산 23명, 부산 13명, 경북 10명, 전북·경남 각 7명, 충북 6명, 대구·충남 각 4명, 전남 3명, 제주 2명, 광주·대전 각 1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최근 소모임과 사업장 등에서 크고 작은 감염이 잇따르면서 신규 확진자가 증가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12일 발표할 거리두기 조정안에서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전국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 의 제한 조치가 재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지 확대
사흘 연속 400명대 신규 확진자 유지
사흘 연속 400명대 신규 확진자 유지 11일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65명이 늘어난 9만4198명이다. 감염경로별로는 국내 지역발생 확진자 444명, 해외유입 확진자 21명을 기록했다. 2021.3.11 뉴스1
이미지 확대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