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 “군부 관련 기업 불매”…친군부 시위대와 충돌도

미얀마 시민 “군부 관련 기업 불매”…친군부 시위대와 충돌도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2-26 14:36
수정 2021-02-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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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군부 관련 제품 부수기 인증
“군경·공무원에 안 팔아요” 사회적 응징도
전통화장품 얼굴에 바르고 ‘보호’ 기원

25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한 시민이 전통화장품 ‘타나카’를 얼굴에 바르고 있다. 양곤 EPA 연합뉴스
25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한 시민이 전통화장품 ‘타나카’를 얼굴에 바르고 있다. 양곤 EPA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군부 관련기업의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시민 불복종 운동의 물결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6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일 발생한 쿠데타 직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군부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미얀마에선 군부가 통신, 맥주, 담배, 마트, 은행, 식음료 등 광범위한 영역의 사업에 개입하고 있다.

시민들은 해당 기업의 물건을 사지 않고, SNS에선 관련 제품을 집어 던지는 사진을 올리는 캠페인에 수천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미얀마 맥주는 지난주부터 현지 최대 소매 체인인 시티 마트에서 종적을 감췄고, 양곤의 유명한 식음료 체인은 지난 24일 미얀마 맥주 포스터를 떼며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의 상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BC 등 편의점들도 양곤 시내 대다수 매장에서 미얀마 맥주와 미텔의 휴대전화 유심카드 판매를 중단했다.

이 흐름은 한발 더 나아가 군경과 그 가족은 물론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공무원에게 상품을 팔지 않는 ‘사회적 응징’(social punishment) 운동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경찰관과 군인에게 상품을 팔지 않는다’ 팻말을 붙인 상점과 노점상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민들은 전통화장품 타나카(Thanaka)를 이용해 얼굴에 시민 불복종 운동을 뜻하는 ‘CDM’(Civil Disobedience Movement)을 쓰기도 하는 등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다. 타나카는 피부를 보호하며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많은 미얀마 시민들이 애용한다.
25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저항 시위의 한 참가자가 전통화장품 ‘타나카’를 이용해 이마에 시민불복종운동을 뜻하는 ‘CDM’을 그린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만달레이 AP 연합뉴스
25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저항 시위의 한 참가자가 전통화장품 ‘타나카’를 이용해 이마에 시민불복종운동을 뜻하는 ‘CDM’을 그린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만달레이 AP 연합뉴스
25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시민들이 전통화장품 ‘타나카’를 얼굴에 바른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곤 AP 연합뉴스
25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시민들이 전통화장품 ‘타나카’를 얼굴에 바른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곤 AP 연합뉴스
한 시위 참가자는 “타나카를 입는(바르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과 애정, 보호와 같다”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 진압 과정에 고무탄, 새총, 곤봉세례는 물론 실탄까지 사용되기에 시민들은 서로 타나카를 얼굴에 발라주며 저항 의지를 다지고 ‘보호’를 기원한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한편 항의 시위가 20일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친군부 시위대도 나서면서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양곤에서는 약 1000명의 친군부 시위대가 집결했다.

쿠데타 직후 군부 지지 인사들이 차를 타고 군부 깃발을 흔들며 시내를 활보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시위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25일 미얀마 양곤의 중앙철도역 부근에서 친군부 시위대가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양곤 EPA 연합뉴스
25일 미얀마 양곤의 중앙철도역 부근에서 친군부 시위대가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양곤 EPA 연합뉴스
이날 페이스북은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연관된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계정을 차단한 것은 물론 광고까지도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미얀마 군부 핵심 인물 6명에 대해 영국 입국 금지, 영국 기업·기관과 거래 금지 등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세계은행도 미얀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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