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하나가 기마병 600명 값… ‘화이트 골드’의 세계

백자 하나가 기마병 600명 값… ‘화이트 골드’의 세계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1-02-09 17:36
수정 2021-02-1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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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세계도자실 새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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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세계도자실에 전시된 중국 청화백자. 17~18세기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도자실에 전시된 중국 청화백자. 17~18세기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17~18세기 유럽 왕족과 귀족 등 부유층 사이에선 중국 청화백자 수집이 최고의 사치였다. 얇고 매끄러우면서 투명한 하얀빛과 신비로운 푸른색이 조화를 이룬 중국 자기를 ‘화이트 골드’라 부르며 열광했다. 작센 공국의 아우구스투스 2세는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1세가 소장한 1m 높이의 청화백자 화병을 기마병 600명과 바꿨을 정도로 당시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독일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성의 ‘자기의 방’처럼 중국 자기 수집품으로 방 전체를 장식하는 특별한 문화도 유행했다.

값비싼 중국 자기에 대한 막대한 수요는 유럽 도기 제작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 장인들은 코발트 안료와 투명한 유약을 사용해 중국 자기를 모방한 저렴한 도기 제품을 만들었다. 1709년 독일 마이센이 유럽 최초로 자기 제작에 성공한 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영국 등이 자기 기술을 익히면서 세계 자기 생산 중심지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했다.
네달란드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이 소장한 중국 명대 백자 청화 사슴무늬 접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네달란드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이 소장한 중국 명대 백자 청화 사슴무늬 접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네덜란드 델프트 도기 주전자와 화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네덜란드 델프트 도기 주전자와 화로.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 문을 연 세계도자실에선 ‘도자기에 담긴 동서교류 600년’을 주제로 중국 청화백자, 고려청자, 일본 아리타 자기, 네덜란드 델프트 도기, 독일 마이센 자기 등 총 243점을 전시 중이다. 이 중 절반 가까운 113점이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과 흐로닝어르박물관 소장품이다.

도자기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해 한반도와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전해졌다.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신안선도 14세기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으로, 중국 각지에서 만든 도자기 2만여점이 실려 있었다. 고려청자 7점도 함께 발견됐다. 16세기 대항해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 자기는 유럽에 소개됐고,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도자기 무역을 독점하기에 이른다.
일본 자기 전시 모습.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일본 자기 전시 모습.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전시장은 신안선에서 발굴된 자기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유럽에서 유행한 중국 청화백자를 일목요연하게 배열했다. 중국 자기의 수출이 금지된 시기에 유럽 틈새 시장에서 명성을 높였던 일본 자기들도 다채롭게 소개한다. 일본 최초의 백자는 임진왜란 때 납치된 조선 도공 이삼평의 손에서 만들어졌기에 감상이 남다르다.

그릇 하나하나에 담긴 동서양 교류의 흔적을 찾아내는 재미가 크다. 유럽에서 주문 제작해 가문의 문장이나 서양 인물, 유럽 신화 등이 중국 문양과 함께 그려진 청화백자 ‘크락 자기’는 동서양 교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1월 13일까지 열린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2-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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