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국 70개 기관 공동연구 결과 발표
19개국 70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밝혀낸 것처럼 아시아인과 남유럽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바이킹(오른쪽)을 복원한 모습. 영화에서 등장하는 금발의 건장한 거인의 모습을 한 바이킹과는 다르다는 것이 새로 밝혀졌다.
덴마크 디자이너 Jim Lyngvild 제공
덴마크 디자이너 Jim Lyngvild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대 지리유전학연구센터,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무자비한 정복자 바이킹의 유전적 조상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스칸디나비아인이 아니라 아시아인과 남유럽인이라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예상치 못했던 결론뿐만 아니라 덴마크, 아르메니아, 아일랜드, 러시아, 스웨덴, 캐나다, 멕시코, 영국, 에스토니아, 폴란드, 노르웨이, 대만,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패로제도, 프랑스, 호주, 미국 19개국 70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6년 동안 진행된 대규모 국제 공동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7일자에 실렸다.
바이킹이라고 하면 흔히 금발의 호전적 인물을 연상하지만 DNA 분석 결과 금발의 바이킹은 거의 없었고 유전적으로 남유럽인이나 아시아인에 훨씬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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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스칸디나비아 지역 내 바이킹 집단들끼리도 유전적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에서 알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바이킹 대부분이 스칸디나비아인 고유의 특징으로 알려진 금발이 아닌 갈색 머리를 갖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런 외형적 특징에 대해 바이킹 시대(750~1050년) 이전에 아시아인과 남유럽인으로부터 유전적 영향을 상당히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또 노르웨이 바이킹은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지역으로 이동했고 덴마크 바이킹은 영국으로, 스웨덴 바이킹은 동유럽과 러시아 등으로 주로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대표적인 바이킹 유적지로 알려진 스코틀랜드 오크니 지역 무덤에 부장품과 함께 묻혀 있던 남성 바이킹의 뼈 역시 유전적으로 스칸디나비아 혈통이라기보다는 켈트족에 속하는 아일랜드인과 스코틀랜드인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연구팀이 이번에 새로 밝혀냈다. 바이킹들이 해적처럼 약탈 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정복지로 사실상 이민해 생활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현대 유럽인들의 유전체와 바이킹 화석의 DNA를 비교분석한 결과 특히 영국인에게는 바이킹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DNA가 6%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스웨덴인에게 남아 있는 바이킹 DNA 10%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진화 유전학자 에스케 빌레르슬라우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바이킹에 대해 우리가 가진 이미지는 TV나 책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며 “이번 연구는 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바이킹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를 제시함으로써 역사를 새로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9-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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