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공사 입찰공고 ‘하도급 불가’ 명시했지만위험의 외주화로 화물차 운전기사 숨져
서부발전, 산업안전보건관리비도 미책정
“다단계 인력 구조가 제2, 제3의 사고 낳아
원청이 책임지지 않는 법부터 바뀌어야”
한국서부발전 공사 입찰공고. 하도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강은미 의원실 제공
강은미 의원실 제공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사망한 이모(65)씨와 하청업체 신흥기공 간에는 화물 운송 계약서가 체결되지 않았고, 원청인 서부발전은 이를 묵인했다. 이씨는 지난 10일 태안화력 제1부두에서 2t짜리 스크루 5대를 화물차에 싣고 끈으로 고정하던 중 굴러 떨어진 스크루에 깔려 사망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1부두 하역기용 컨베이어 스크루 2종 반출정비공사’ 입찰 공고에서부터 “본 공사는 하도급이 불가하며, 한국서부발전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는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을 수 있다”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화물 운송에 대해 계약서 작성 없이 이씨를 화물차주로 고용하고, 원청이 이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것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발전소 안전을 위한 고 김용균특조위 권고안 이행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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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부발전은 “현재 이씨 사망과 관련해 경찰과 노동부가 조사 중이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용균법이 시행된 후에도 여전히 산재 노동자가 끊이지 않자 시민사회에서는 실질적으로 원청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김용균재단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균 특조위’에서 노동안전을 위해 발전소 내 직접고용과 정규직화, 발전소 내 응급의료체계 등 권고안을 냈지만 시행되지 않아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먹고살기 위해 일하다 사망했다”며 “원청이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바꾸라”고 촉구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9-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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