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사우디 감정싸움 계속...‘美 참여 불투명’도 한 몫한 듯
올해 1분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변동추이. 연합뉴스 제공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에너지부는 “OPEC+(OPEC과 10개 산유국 간 연대체) 긴급 화상회의가 9일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라고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유가가 1분기에만 70% 가까이 떨어지자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중재해 성사됐다. 그러나 개회 직전 일정이 바뀌었다. 두 나라 간 감산 논의가 순탄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3일 “(지난달 6일) OPEC+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면서 “사우디가 (협상 실패 뒤) 산유량을 늘린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미국)를 따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사우디 외무부는 다음날 국영 SPA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였다. 사우디와 22개 산유국은 감산량을 늘리자고 러시아를 설득했지만 실패했다”고 반박하는 등 상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감산에 동참할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것도 회의가 미뤄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1000만∼1500만 배럴 감산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 산유량의 10%가 넘는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감산을 선언하면 핵심 지지세력인 미 석유업계가 가만있을 리 없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원유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4일 보도했다.
한편,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5일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라츠 등에 따르면 북미 셰일가스 지표인 ‘헨리 허브’ 가격이 지난 3일 열량 단위(MMBtu·25만㎉를 내는 가스량)당 1.48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천연가스 시장은 원유와 달리 OPEC 같은 국제 협의체가 없어 감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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