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먼 나라서 보던 일이 우리나라서 벌어져”
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이 놓인 미국 뉴욕 한 냉동트럭의 내부. 출처:버즈피드
38살로 맨해튼의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는 29일 아침 병원 건물의 구급차 구역에 갔다가 거대한 냉동 트럭이 코로나19 사망자를 옮기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트럭으로 다가가서 자물쇠를 열고 비닐로 싸인 시체들이 놓여 있는 트럭 내부를 촬영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남성 간호사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우리가 맞닥뜨린 섬뜩한 현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사진을 찍은 이유를 말했다.
버즈피드 측은 시체를 싼 비닐에 적힌 사망자의 성명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해 이름과 근무 병원을 알리지 않은 간호사는 “나는 사람들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곁에 앉아 임종을 지킬 만한 인내심이 없는데, 한 여성의 카디건과 잠옷이 맘에 들어 그녀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곁을 지켰다”며 이 여성의 시신이 냉동트럭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코로나 사망자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 때문에 친구와 가족 없이 홀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간호사는 자신이 임종을 지킨 여성의 나이는 71살로 건강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뉴욕 맨해튼에 설치되는 코로나19 임시 영안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 야외에서 25일(현지시간) 인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안치할 임시영안실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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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미국 의료진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의료장비 부족 상황도 토로했다.
한 개의 일회용 마스크와 한 개의 일회용 가운으로 5번의 12시간 근무를 버텨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의료진이 코로나 양성이라도 일단 증상이 없다면 계속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의료 원칙도 매일 새롭게 바뀌고 있어 의료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일할 때는 마스크를 벗으라고 교육받았는데 이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토로했다.
간호사는 마지막으로 “만약 유대인이라면 냉동트럭에서 본 장면은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와 비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슬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V나 먼 나라에서 보던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설치되는 코로나19 야전병원
미국의 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 회원들이 29일(현지시간) 뉴욕 센트럴 파크에 인공호흡기를 갖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야전병원을 세우고 있다.
뉴욕 AP 연합뉴스
뉴욕 AP 연합뉴스
그는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시체를 보관하기 위해 서 있는 트럭 행렬은 로즈가든만큼 길었다. 차량 안 검정색 가방을 보면 병원 보급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가방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런 일은 이전에 본 적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국의 31일 기준 코로나 사망자 숫자는 3040명으로 중국이 밝힌 사망자 3305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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