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산업기술보호법, 노동자 알 권리 침해···
직업병 은폐 우려도 커졌다”
직업병 피해 당사자와 시민단체, 헌법소원 청구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 시민단체가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개정된 법이 오히려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 할 기회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5일 반올림 등 12개 시민단체가 모인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시 추가된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13주기 하루 전날이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지난해 8월 개정돼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됐다. 시민단체는 국가핵심기술을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고, 적법하게 얻은 정보라도 받은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조항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운 변호사는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하는 방식이 추상적이어서 비공개 범위도 예측하기 어려워 사업주 등이 자의적으로 정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정보가 제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개정법을 언급하면서 비공개 판결을 내렸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술적 노하우로 공개될 경우 회사 등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조승규 노무사는 “산재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하려면 작업환경보고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제는 볼 수도, 요청할 수도 없게 됐다”면서 “직업병이 은폐될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직업병 피해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63)씨는 “딸이 왜 병에 걸렸는지 알려면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삼성이 영업비밀이니 못 준다고 해 산재 신청에 10년이나 걸렸다”면서 “개정된 법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된 정보까지 막아버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씨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5년 9개월간 일한 뒤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대책위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자는 683명으로 이중 197명이 숨졌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람은 64명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직업병 은폐 우려도 커졌다”
직업병 피해 당사자와 시민단체, 헌법소원 청구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반올림과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산업기술보호법이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임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 시민단체가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개정된 법이 오히려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 할 기회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5일 반올림 등 12개 시민단체가 모인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시 추가된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13주기 하루 전날이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지난해 8월 개정돼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됐다. 시민단체는 국가핵심기술을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고, 적법하게 얻은 정보라도 받은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조항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운 변호사는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하는 방식이 추상적이어서 비공개 범위도 예측하기 어려워 사업주 등이 자의적으로 정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정보가 제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개정법을 언급하면서 비공개 판결을 내렸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술적 노하우로 공개될 경우 회사 등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조승규 노무사는 “산재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하려면 작업환경보고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제는 볼 수도, 요청할 수도 없게 됐다”면서 “직업병이 은폐될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직업병 피해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63)씨는 “딸이 왜 병에 걸렸는지 알려면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삼성이 영업비밀이니 못 준다고 해 산재 신청에 10년이나 걸렸다”면서 “개정된 법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된 정보까지 막아버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씨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5년 9개월간 일한 뒤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대책위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자는 683명으로 이중 197명이 숨졌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람은 64명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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