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은폐 우려 커졌다” 시민단체 개정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직업병 은폐 우려 커졌다” 시민단체 개정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이근아 기자
입력 2020-03-05 16:13
수정 2020-03-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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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산업기술보호법, 노동자 알 권리 침해···
직업병 은폐 우려도 커졌다”
직업병 피해 당사자와 시민단체, 헌법소원 청구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반올림과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산업기술보호법이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임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반올림과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산업기술보호법이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임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3.5 연합뉴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 시민단체가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개정된 법이 오히려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 할 기회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5일 반올림 등 12개 시민단체가 모인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시 추가된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13주기 하루 전날이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지난해 8월 개정돼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됐다. 시민단체는 국가핵심기술을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고, 적법하게 얻은 정보라도 받은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조항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운 변호사는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하는 방식이 추상적이어서 비공개 범위도 예측하기 어려워 사업주 등이 자의적으로 정할 위험성이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정보가 제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개정법을 언급하면서 비공개 판결을 내렸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술적 노하우로 공개될 경우 회사 등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조승규 노무사는 “산재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하려면 작업환경보고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제는 볼 수도, 요청할 수도 없게 됐다”면서 “직업병이 은폐될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직업병 피해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63)씨는 “딸이 왜 병에 걸렸는지 알려면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삼성이 영업비밀이니 못 준다고 해 산재 신청에 10년이나 걸렸다”면서 “개정된 법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된 정보까지 막아버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씨는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5년 9개월간 일한 뒤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대책위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직업병 피해자는 683명으로 이중 197명이 숨졌다.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람은 64명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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