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일 만에 코로나19 환자 1000명 넘어
“앰뷸런스 소리만 들어도 두통 올 지경”일상 마비된 대구, 극도의 고립감 토로
오늘부터 어린이집 열흘간 강제 휴원
“응원·격려 절실… 심리 방역에도 힘써야”
10분이면 끝…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사 도입
26일 세종시 조치원읍 보건소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차에 탄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그동안은 의심환자를 한 명 검사할 때마다 진료실을 소독해 검체 채취까지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도입되면서 선별진료소까지 차를 몰고 온 시민은 차에 탄 채로 10분 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세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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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분노가 일상을 마비시킨 곳은 대구다. 대구시민은 일주일간 전례 없던 고립·폐쇄된 생활을 겪으며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8일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연일 100명 수준의 확진환자가 쏟아지면서 ‘유령 도시’가 돼 버렸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김지영(40·가명)씨는 “서울에선 대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을 못 하는 것 같다. 서울 본사 사람들은 재택근무하면서 대구지사엔 회사로 출근하라고 한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공포와 마주한다”며 “마스크를 빼곤 물자 대란은 없지만, 심리적 고립감이 너무 크다. 지난주부터 10분에 한 번씩 들리는 앰뷸런스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이 올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비난은 정부로 향했다. 서울에서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최지훈(35·가명)씨는 “1000원도 안 하던 마스크를 3배나 비싸게 사서 매일 끼고 다닌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뭘 더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간 정부는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유감 표명 하나 없이 중국에 외려 훈수를 두고 입국금지당하는 우리 국민을 보면 화가 나 뉴스를 안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 방역에 힘쓴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도한 공포는 멀리하고 응원과 격려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메르스도 이겨 냈듯 이럴 때일수록 지인과 통화를 해 감정을 나눈다거나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질병 방역뿐 아니라 심리 방역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분노나 두려움에 너무 오래 빠지는 것보다 내 생활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삶은 계속돼야 하는 만큼 무조건 생업을 중단하지 않고 방역을 유지하면서 일상적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0-02-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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