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사재기 전쟁터라고?… “가짜뉴스로 대구 괴롭히지 마이소”

마트 사재기 전쟁터라고?… “가짜뉴스로 대구 괴롭히지 마이소”

한찬규 기자
입력 2020-02-24 22:44
수정 2020-02-25 02: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SNS 과장보도에 두 번 아픈 시민들

마트 진열대 텅 빈 사진 잇따라 게재
사진 속 매장 관계자 “평소에도 비슷
규모 작아 재고 물량 비축 적었을 뿐”

마스크 공급 매장 밖 수백m 대기 줄
라면·생수 등 사재기 고객 많지 않아
이미지 확대
24일 이마트 대구 북구 칠성점 매장 건물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인파가 길게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보건당국과 공동 확보한 마스크를 대구·경북 7개점에 81만장, 트레이더스 대구 비산점에 60만장을 공급한다.  대구 연합뉴스
24일 이마트 대구 북구 칠성점 매장 건물 앞에 마스크를 사려는 인파가 길게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보건당국과 공동 확보한 마스크를 대구·경북 7개점에 81만장, 트레이더스 대구 비산점에 60만장을 공급한다.
대구 연합뉴스
“사재기요?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24일 이마트 대구 북구 칠성점 매장 앞에는 개장 두 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줄을 선 사람들로 수백m 안팎의 장사진이 펼쳐졌다. 이마트가 이날부터 시중가의 절반 수준인 800원대의 마스크를 대구·경북 7개점에 81만장, 트레이스 대구 비산점에 60만장을 공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마트 측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릴 것에 대비해 1층 계산대 바로 옆에 있는 입구에 마스크를 상자째 쌓아 두고 일괄적으로 최대 30장씩 판매했다.

이마트 직원은 “오늘 오전 중 입고된 3만장이 모두 소진됐으며, 내일도 들어오는 대로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
24일 이마트 대구 북구 칠성점 매장에 라면이 잔뜩 진열되어 있다. 인터넷상에는 대구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 마트 내 매대가 동이 났다는 보도가 올라 있는데 한 대구시민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허위 뉴스로 대구시민을 괴롭히지 말라”고 일갈했다.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4일 이마트 대구 북구 칠성점 매장에 라면이 잔뜩 진열되어 있다. 인터넷상에는 대구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 마트 내 매대가 동이 났다는 보도가 올라 있는데 한 대구시민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허위 뉴스로 대구시민을 괴롭히지 말라”고 일갈했다.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이미지 확대
24일 이마트 대구 북구 칠성점 매장에 생수가 잔뜩 진열되어 있다. 인터넷상에는 대구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 마트 내 매대가 동이 났다는 보도가 올라 있는데 한 대구시민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허위 뉴스로 대구시민을 괴롭히지 말라”고 일갈했다.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4일 이마트 대구 북구 칠성점 매장에 생수가 잔뜩 진열되어 있다. 인터넷상에는 대구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 마트 내 매대가 동이 났다는 보도가 올라 있는데 한 대구시민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허위 뉴스로 대구시민을 괴롭히지 말라”고 일갈했다.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사람들은 마스크 이외에 다른 제품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트에 진열된 라면과 생수, 쌀, 과일 등 재고는 다른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쌓여 있었다.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라면을 박스째 카트에 담는 쇼핑객은 3명에 불과했다. 라면을 산 이모(45·여)씨는 “요즘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에 라면 등 생필품을 좀 담았을 뿐인데 매대에 많이 놓여 있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인근 홈플러스 대구점의 풍경도 평소와 비슷했다. 지하 1층 생필품 코너에는 라면, 생수 등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구마트 사재기’란 제목으로 마트 진열대가 텅 비어 있는 사진과 함께 마트에 라면과 생수가 동났다는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실과는 거리가 먼 과장보도다. 사진과 글을 본 사람들은 “대구가 완전히 전쟁터 수준이다”며 안타까워했으나 대구시내는 질서 있게 돌아가고 있다.

대구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한 번 살 때 많이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고 이에 따라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무질서한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고 매대가 동이 났다는 보도는 허위”라고 지적했다. .

마트 진열대가 비어 있는 사진 속 매장으로 알려진 달서구 이마트 점포는 다른 점포에 비해 규모가 작아 재고 물량 비축을 상대적으로 적게 하는 곳이란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 점포는 평소에도 판매대가 종종 비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사재기 보도에 대구 시민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남모(60)씨는 “대구에서 물건이 부족하면 전국에서 바로 채울 수 있다. 타지는 대구의 현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홍모(55)씨는 “우리 동네 마트는 평소랑 똑같다. 헛소문이나 가짜뉴스를 자제하는 게 대구를 위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 시민들이 힘을 모으는 미담도 전해졌다. 서문시장 한 상가 건물주(74)가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세입자에게 한 달 동안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 건물주는 최근 세입자 20여명에게 ‘고통을 같이하는 의미에서 한 달간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방역 업체인 BK종합청소는 대구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70여곳에 무료 방역소독을 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020-02-25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