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지하는 18세 친딸 24년 감금한 다큐서 따왔다

‘기생충’ 지하는 18세 친딸 24년 감금한 다큐서 따왔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20-02-12 17:46
수정 2020-02-1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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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기생충 ‘봉테일’ 관람 포인트

지난 10일 재개봉… 이달 말 흑백판 출시
기택·기정·충숙… 이름도 ‘기생충’ 연상
기우가 다혜 공책에 적은 글자는 ‘웃어’
영화 원제목, 부자·빈자 나눈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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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러운 지하실을 가진 대저택의 주인 연교(조여정 분). ‘기생충’ 속 지하실은 친딸을 지하 벙커에 감금한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프리츨 사건에서 힌트를 얻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비밀스러운 지하실을 가진 대저택의 주인 연교(조여정 분). ‘기생충’ 속 지하실은 친딸을 지하 벙커에 감금한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프리츨 사건에서 힌트를 얻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재관람 열풍이 뜨겁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지난 10일 재개봉한 ‘기생충’은 이틀 새 1만명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으며, 이달 말에는 흑백판도 개봉할 예정이다. 다시 보는 ‘기생충’ 관람 포인트를 지난해 9월 발간된 ‘기생충 각본집’(CJ ENM)에 근거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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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왼쪽부터), 송강호, 장혜진, 박소담이 연기한 기우, 기택, 충숙, 기정은 모두 ‘기생충’에서 따온 이름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우식(왼쪽부터), 송강호, 장혜진, 박소담이 연기한 기우, 기택, 충숙, 기정은 모두 ‘기생충’에서 따온 이름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택, 기우, 기정, 충숙, 문광…. 배우 이름만큼 ‘기생충’의 배역들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기생충 각본집’에 따르면 기택·기우·기정·충숙 등 김씨 가족의 이름에 들어간 ‘기’자와 ‘충’자는 영화 제목 ‘기생충’에서 왔다. 기택(송강호 분)은 정치인 고 이기택씨를 떠올려 지었고, 기정(박소담 분)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야무진 인물로 이름이 주는 뉘앙스 자체가 딱 부러져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극 중 전직 투포환 선수였던 충숙(장혜진 분)은 봉준호 감독 생각에 “태릉선수촌 라커룸에 붙어 있을 법한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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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 사는 근세(왼쪽·박명훈 분)와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의 이름에도 ‘기생충’ 이야기의 비밀이 담겨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하실에 사는 근세(왼쪽·박명훈 분)와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의 이름에도 ‘기생충’ 이야기의 비밀이 담겨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강력한 존재감은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에서 뿜어 나온다. “문을 열고 미친 사람이 온다”는 뜻의 간단한 작명이었지만, 그만큼 적절한 이름이 없어 보인다. 봉 감독은 지하에 사는 근세(박명훈 분)는 ‘갑근세’(갑종근로소득세)에서 기인했으며, 대저택을 지은 건축가 남궁현자의 이름은 “(화면에) 나오지 않으면서 캐릭터를 각인시키려면 이름이 특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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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가 “제시카가 장미라면 너는 이거”라고 말하며 메모하는 장면. ‘이거’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우가 “제시카가 장미라면 너는 이거”라고 말하며 메모하는 장면. ‘이거’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술 교사 ‘제시카’로 분해 동익(이선균 분)의 집에 들어가는 기정. 기정을 기우의 여자친구로 오해한 다혜(정지소 분)에게 기우가 “제시카가 장미라면 너는 이거”라고 적어 보여 준다. ‘이거’의 실체는 ‘모른다’다. 기우를 연기한 최우식은 테이크마다 다르게 썼는데, ‘웃어’라고 쓴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애초에 시나리오 속 대사는 “다혜 너의 미모를 10.0 정도로 봤을 때, 제시카는 한 6에서 6.5 정도?”였는데, 너무 ‘오글거려서’ 바꿨다고 한다. 근세가 살던 지하 공간을 설계하는 데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요제프 프리츨: 악마의 얼굴’을 참고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요제프 프리츨이라는 인물이 18세 친딸을 지하 벙커에 24년간 감금한 사건을 그린 다큐다. 다큐에서 본 집 지하 벙커 구조를 일부 차용했다.

‘기생충’의 제목이 애초 ‘데칼코마니’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칭을 이루는 부자와 빈자의 두 가족을 생각했다가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방향을 틀었다. 봉 감독이 “2017년 8월 7일 김뢰하 선배 가족과 식사하러 운전하고 가다가 강자가 모르는 사이에 약자들끼리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영화는 급속도로 가난한 가족들에 초점을 맞추게 됐고, 우리가 만난 ‘기생충’이 됐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20-02-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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