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상징’ 코알라 기능적 멸종 상태…살아남은 동물도 탈수·기아로 생존 위기
지난 9월부터 시작한 최악의 산불로 호주 야생동물들이 큰 위기에 처했다. 야생동물 구조단체의 한 자원봉사자가 지난 9일(현지시간) 시드니 인근의 자택에서 산불에서 구조한 캥거루를 안고 있다.
시드니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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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 호주 퍼스 커틴대 킹슬리 딕슨 교수는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호주 산불 사태로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의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딕슨 교수는 “심지어 살아남은 동물도 탈수나 기아로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마에 휩싸여 재가 된 새끼 코알라, 화재를 피해 민가로 내려온 캥거루 등 현지의 사진들이 산불 피해 현장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연일 보여 주며 전 세계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당초 소셜미디어 등에 이번 산불로 수억 마리가 희생됐다는 말이 나올 때만 해도 의구심을 보였던 전문가들도 이제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멸종위기종이었던 ‘호주의 상징’ 코알라는 이번 산불 사태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기능적 멸종’ 상태가 됐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NYT는 11일 코알라 2만 5000마리 등 산불로 희생된 동물 규모를 보도하며 시드니대 생물학자 크리스 딕먼 교수의 최근 연구를 인용해 최대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산불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4억 8000마리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봤던 딕먼 교수는 몇 주 만에 희생 규모가 최소 8억 마리라고 추정치를 상향, 수정했다. 딕먼 교수는 선행 연구된 포유동물 개체 수 밀도 추정치와 산불 피해 지역 면적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야생동물 희생 규모를 추정했다.
‘야생동물의 보고’로 불리는 캥거루섬에서 구조된 코알라가 10일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애들레이드 EPA 연합뉴스
애들레이드 EPA 연합뉴스
지난 7일 산불에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한 마리가 호주 에덴 지역의 해변가에 놓여 있다.
에덴 로이터 연합뉴스
에덴 로이터 연합뉴스
1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주대사관 앞에서 얼굴에 캥거루 분장을 한 젊은 시민이 호주 정부의 적극적인 산불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부에노스아이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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