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6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6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생활고를 못 견뎌 식료품을 훔치다 걸렸지만 딱한 사정에 선처를 받은 ‘장발장 부자(父子)’ 사건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장발장 부자의 이야기가 많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흔쾌히 용서해 준 마트 주인, 부자를 돌려보내기 전 국밥을 사주며 눈물을 흘린 경찰관, 이어진 시민들의 온정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모두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시민들의 온정에만 기대지 말고 복지 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이들을) 도울 길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에 따르면 A(34)씨는 아들 B(12)군과 함께 지난 10일 인천시 중구의 한 마트를 찾아 아들의 가방에 우유와 사과 6개 등 식료품 1만원어치를 훔치다 마트 직원에 적발됐다.
‘마트 장발장 부자’에게 국밥을 사준 인천 중부경찰서 이재익 경위.
MBC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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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였던 A씨는 당뇨와 갑상선 질환이 악화하면서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지만 홀어머니와 둘째 아들(7) 등 네 식구가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는 온 가족이 굶주리자 범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병 때문에 몸을 벌벌 떨며 잘못을 빌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마트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이들 부자를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다.
‘마트 장발장 부자’에게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홀연히 사라진 시민.
MBC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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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감사장을 전달하려고 이 시민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마트에서 출동했던 경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찰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아버지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아들에게는 무료급식카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마트 주인도 이들 부자에게 쌀과 생필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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