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차관보 “개념상 가능” 답변
미국산 무기 사들여 美 경제 기여 강조분담금 총액 낮춰 타결 실마리 기대감
정은보(왼쪽 세 번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를 비롯한 한국 측 대표단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임스 드하트(오른쪽 세 번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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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페이히 미국 국방부 조달담당 차관보는 이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한미 동맹 콘퍼런스에서 ‘한국이 상당한 규모로 미국산 무기를 사들이는 것이 한미 방위비 협상에 옵션이 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페이히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늘 합의를 추구하는 협상가”라며 “그가 그런 기회들에 귀를 기울일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이러한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개념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라면서 자신은 협상팀의 일원이 아니며 그런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한미는 지난 9월부터 지난 3~4일까지 매달 내년도 이후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네 차례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페이히 차관보의 이날 발언으로 방위비분담 협상과 미국산 무기 구매를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매로 한미 동맹은 물론 미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면 미국이 요구하는 분담금 총액을 낮춰 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제11차 협상 1차 회의 직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10년간, 앞으로 3년간 한국의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한국은 미국산 무기를 67억 3100만 달러(약 8조원)어치 수입해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입국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기 구매 계획을 거론한 만큼 협상팀이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협상 테이블에 이미 무기 구매 카드가 올라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국이 무기를 구매하면 미국은 대한국 적자를 줄일 수 있고 나아가 미국 내 일자리도 늘릴 수 있기에 실리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9-12-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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