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9조원 규모 EU 제품에 관세 승인
18일부터 항공기 10%·농산물 25% 부과세계 증시 급락… EU와 15일쯤 무역협상
로이터통신 등은 2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EU로부터 수입하는 항공기에 10%, 농산물과 공산품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기엔 치즈, 올리브, 스카치위스키, 아이리시위스키 등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도 포함됐다. 다만 미국의 제조업 보호 차원에서 항공기 부품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날 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책임을 물어 미국이 연간 75억 달러(약 9조 525억원) 규모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승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나라가 오랫동안 미국을 뜯어먹고 있었다”면서 “미국을 위한 큰 승리다. 어떤 대통령도 이런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고 자축했다.
미국과 EU의 항공기 불법 보조금 지급 문제는 15년째 이어지는 해묵은 논쟁이다. 미국은 2004년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이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WTO에 제소했다. EU도 미국 항공사 보잉에 대한 미국의 불법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WTO에 제소하며 맞불을 놨다. 내년 미국의 불법 보조금에 대한 WTO의 판정이 나오면 EU도 미국에 징벌적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통상담당 EU 집행위원은 이날 “미국이 WTO가 승인한 대응 조치를 이행한다면 EU도 똑같은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합의점을 찾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CNBC는 미국의 관세 부과 규모가 75억 달러에 훨씬 미치지 못해 미국과 EU 측 관계자가 오는 15일 무역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WTO 결정 전부터 미국이 EU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EU는 미국의 오토바이와 버번에 관세를 부과하며 마찰을 빚어 왔다. 그러나 미국의 9월 고용지표와 제조업지표가 예상치를 밑돈 상황에서 EU에 무역전쟁을 선포하자 세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94.42포인트(1.86%) 하락한 2만 6078.62를 기록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2.64포인트(1.79%) 내린 2887.61로 나타났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10-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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