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웅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
수정체는 빛을 굴절시켜 카메라의 필름 역할인 망막에 빛의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카메라의 렌즈와 수정체의 차이점은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렌즈를 이동시켜 초점을 잡는 반면 수정체는 자체 모양이 변하며 굴절력이 변화되어 초점을 잡는다. 이때 모양체 근육의 수축과 이완으로 이를 조절하게 된다. 수정체의 이런 역동적 기능은 카메라렌즈가 아직 따라잡지 못했다.
수정체는 주로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나이가 들면 단백질의 변성이 오고 탄력성이 떨어지게 된다. 젊을 때에는 수정체의 탄력이 뛰어나 가까운 거리의 물체를 볼 때 모양체가 수축하며 수정체가 두꺼워져 초점을 쉽게 맞춘다. 그러나 40대 이상부터 수정체의 탄력성이 저하되면서 초점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근거리에서 시력장애가 나타나고, 시야가 흐려지고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 물건을 교대로 볼 때 초점 전환이 느려지는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노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40대부터 시작하는 이러한 변화를 노안이라 부르는 것은 초고령화시대에 맞지 않다.
노안은 돋보기 안경이나 다초점 안경으로 교정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돋보기를 불편해한다. 이런 불편함은 의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어졌다. 흔히 노안수술이라 부르는 백내장 시 다초점렌즈삽입술이 대표적이다. 노화로 혼탁해진 수정체, 즉 백내장을 제거하고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다.
기존의 단초점 인공수정체에 비해 초점거리를 이중 또는 삼중으로 맞출 수 있어 돋보기 없이 근거리시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수정체처럼 스스로 모양을 바꾸어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빛의 초점을 다중으로 맺히도록 가공한 것이어서 빛전달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 기업과 연구소에서 연속초점, 빛손실률 최소화를 향한 광학기술개발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초점 안경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자동초점 안경도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에서 렌즈의 두께를 조절하여 자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렌즈를 개발했다고 한다.
디지털장비 등의 크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으로 아직 미비하나, 수술 없이 자동초점 기능을 얻는다면 획기적일 것이다. 노인이 아닌 젊은 40대부터 시작하는 눈의 노화현상을 극복하는 방안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노안이 오기 시작한 필자 또한 기대하고 있다.
2019-07-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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