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지식 만드는 AI… 실험실 책상도 뺏을까

과학지식 만드는 AI… 실험실 책상도 뺏을까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07-03 22:42
수정 2019-07-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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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후의 보루’ 과학 영역 노리는 AI

美 로런스버클리·버클리대·구글 연구팀
인공지능, 논문 습득·지식 도출 능력 발견

100년치 논문 330만건 요약·입력하자
단어·문장 간 관계 분석해 과학원리 학습
200차원 벡터 변환 후 ‘열전 물질’ 발견

“과학자 연구 효율·수준 향상에 도움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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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발표된 과학논문을 기계학습해 새로운 과학지식을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픽사베이 제공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지금까지 발표된 과학논문을 기계학습해 새로운 과학지식을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픽사베이 제공
기자, 법률가, 의사, 신용분석가, 펀드매니저, 운전기사….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점점 발달하는 가운데 실제로 인공지능 기자, 소설가, 음악가, 미술가 등이 등장했으며 이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과 사람이 만든 것을 구분할 수 없게 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과학기술 분야는 인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그 과학기술 분야도 인공지능의 위협에 안심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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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달이 과학자 고유의 연구업무까지 위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텍사스A&M대 제공
인공지능의 발달이 과학자 고유의 연구업무까지 위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텍사스A&M대 제공
미국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구글 공동연구팀은 재료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인공지능이 수백만개의 논문을 스캔해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학과는 상관없는 일반적인 문장 학습을 통해 언어 분석을 할 수 있는 ‘워드투벡’(Word2vec)이라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1922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0년 동안 1000개 이상의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된 재료과학 논문 330만건의 요약문(abstract)을 워드투벡에 입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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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워드투벡(Word2vec)이 기존 재료과학 논문들을 분석해 열전소자와 관련된 특성과 사용되는 물질들을 분류한 다음 효율 높은 새로운 열전소자 물질을 예측해 냈다. UC버클리 제공
인공지능 워드투벡(Word2vec)이 기존 재료과학 논문들을 분석해 열전소자와 관련된 특성과 사용되는 물질들을 분류한 다음 효율 높은 새로운 열전소자 물질을 예측해 냈다.
UC버클리 제공
워드투벡은 요약문에 포함된 단어 위치, 단어와 문장의 상관관계 등을 분석해 ‘강자성-NiFe(니켈철)+IrMn(이리듐망간)=반강자성’과 같은 재료과학 원리와 개념, 금속 결정 구조, 주기율표 원소 간 관계 등을 스스로 학습했다. 그다음 워드투벡은 요약문에 포함된 단어와 문장, 단어 위치, 다른 단어들과의 관계를 분석해 논문의 핵심이라고 판단되는 단어 약 50만개를 추출해 냈다. 연구팀은 이 50만개의 단어를 200차원 벡터로 변환시켜 인공지능이 단어와 문장의 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워드투벡은 200차원 벡터를 바탕으로 ‘연구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하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냈다. 또 단어의 관계를 분석해 새로운 ‘열전 물질’의 발견을 예측하고 효율이 높은 열전 물질 후보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재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열전 효과는 19세기에 발견된 것으로 두 금속이 맞닿은 부분의 온도가 다를 때 전류가 흐르거나 거꾸로 전류를 흘릴 때 온도 차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를 이용하면 버리는 열에서 전기를 만들거나 고체 냉각장치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이 예측한 열전재료 상위 10개의 효율을 계산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열전재료들의 평균 효율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아눕하브 자인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단어와 문장 분석만으로 과학용어와 개념을 스스로 학습한 뒤 기존 지식들로부터 새로운 과학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자인 박사는 “모든 과학 분야에서 매주 수십개씩의 연구 결과들이 나오지만 인간 연구자들이 접하는 것은 그중 일부에 불과한 만큼 워드투벡 같은 인공지능은 과학자들의 연구 효율과 수준을 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07-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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