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지 옌볜박물관에 2개실 오픈
중국 지린성 옌지시에 있는 옌볜조선족자치주박물관(이하 옌볜박물관)에 조선족민속실이 31일 문을 연다.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해 7월 옌볜박물관과 문화교류협정을 맺은 뒤 그동안 조선족민속실의 기획 및 설계에 참여하고 비용을 지원했다.
31일 문을 여는 조선족민속실의 모습. 써래질하는 소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처음으로 쌀농사에 성공하는 등 황무지를 옥토로 탈바꿈시킨 조선족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옌볜박물관은 중국 정부가 선정한 100개 중점박물관의 하나로 옌볜조선족자치주의 문화와 역사를 다루는 핵심 박물관의 지위를 갖고 있다.
●6개 테마로 이주와 개척의 역사 조명
로비와 제1민속실, 제2민속실로 이루어진 1286㎡넓이의 조선족민속실에는 조선족의 삶을 보여주는 500점 남짓한 문화유산이 전시된다.
민속박물관은 조선족민속실의 개관을 앞두고 “중국 땅에서 살아가는 조선족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봄으로써 중국에서 살아가는 조선족이 자신들의 문화 정체성과 역사를 확인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속학계는 조선족민속실의 설치가 국가기관끼리의 사업인 만큼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중국이 이른바 동북공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역에서 우리 정체성을 민속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조선족민속실은 조선족 이주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기획의도 아래 모두 6개 주제로 이루어졌다.
옌볜조선족자치주박물관 전경.
‘새로운 삶을 찾아서’에선 역경을 딛고 새로운 땅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까지 이주와 개척의 역사를 사진을 중심으로 담았다.‘삶을 일구다’에선 쌀농사에 성공하여 벼의 북방한계선을 새롭게 그은 조선족의 모습을 각종 농기구 등으로 살펴본다.1930년대 번영을 구가했던 용정시장에서 사고팔린 다양한 물품으로 활력이 넘쳤던 조선족 사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삶을 즐기다’에선 새로운 터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생활의 여유를 잃지 않고,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서화와 공예, 다양한 악기와 놀이도구로 보여준다.‘삶을 담다’에선 특히 8칸짜리 기와집을 재현하는데, 구석구석에 전시된 생활용구에서 조선족의 삶의 체취가 고스란히 풍겨온다.
‘삶을 살다’에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만나는 다양한 의례를 볼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 조상에 대한 기억, 후손에 대한 자애와 높은 교육열을 보여주어 조선족이 역동적인 삶을 일구어 내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내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해 준다. 마지막 코너인 ‘지속 가능한 삶’은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선족 사회의 모습으로 건설적인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게 꾸몄다.
●“조선족 민족적 자긍심 고취에 도움될 것”
신광섭 민속박물관장은 “조선족은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상당히 높은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민속문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옌볜박물관의 조선족민속실이 조선족들에게 차츰 희미해져 가는 고향의 풍습을 되살리는 정신적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종대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으로 우리 문화를 흡수동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반면 옌볜을 떠나는 조선족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조선족민속실은 조선족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dcsuh@seoul.co.kr
2008-07-31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