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 부를뻔한 ‘공짜’

대형참사 부를뻔한 ‘공짜’

김기용 기자
입력 2006-03-27 00:00
수정 2006-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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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롯데월드가 준비한 ‘공짜 개장 행사’가 하마터면 대형 참사를 부를 뻔했다. 롯데월드 무료개장 첫날인 26일 6만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35명이 부상을 당했다. 무료개장은 이날 하루에 그치고 이후 행사는 전면취소됐다. 롯데월드측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찰 경고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고 원인을 시민 질서의식 부재로 돌려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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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롯데월드는 최근 놀이시설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를 사과하기 위해 무료개방 행사를 마련했으며, 이른 아침부터 6만여명이 몰려 대형 사고가 날 뻔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2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롯데월드는 최근 놀이시설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를 사과하기 위해 무료개방 행사를 마련했으며, 이른 아침부터 6만여명이 몰려 대형 사고가 날 뻔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사고는 롯데월드가 지난 6일 발생한 놀이기구 사망사고에 사과하는 뜻에서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무료개방 행사를 열겠다고 한데서 비롯됐다. 롯데월드 입구와 잠실역 등에는 새벽 5시부터 청소년들이 모여 들었다. 새벽 5시35분 지하철 첫 열차가 도착하면서 인파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인파는 롯데월드 건물 내부는 물론 롯데백화점·롯데호텔 등 주변도로를 가득 메웠다. 오전 7시23분쯤 밀려드는 인파들로 철제셔터가 망가지면서 수십명이 우르르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많은 10대들이 골절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오전 8시쯤에는 청소년 1500여명이 셔터를 흔들어대며 개찰구로 진입, 입구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다. 부상자는 35명으로 집계됐다. 오전 7시40분쯤 부상을 입어 서울의료원에서 치료받은 한모(13)양은 “뒤에서 미는 사람들 때문에 넘어지면서 깨진 유리에 손바닥이 찢어져 7바늘이나 꿰맸다.”고 말했다. 롯데월드측은 오전 7시쯤 직원들이 출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이들이 배치된 것은 오전 8시 전후로 알려졌다. 소방·경찰 인력도 오전 8시가 넘어서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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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새통을 이룬 입장객들.
북새통을 이룬 입장객들.


오전 8시10분 송파경찰서 등의 4개 중대 경비병력(400여명)이 배치됐고, 오전 8시19분 송파소방서는 ‘구조2호’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강동·강남·양천 등 인근 6개 소방서 구조인력 200여명이 출동해 현장에 배치됐다. 소방당국은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오전 8시20분 지하철 2호선의 잠실역 무정차통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롯데월드측은 오전 9시40분쯤 입장객이 당초 고지한 입장제한 숫자 3만 5000명을 넘어서자 입장을 중단시키고 대기 중이던 손님들에게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요청했다. 롯데월드에는 휴일에 통상 3만여명이 입장한다.

롯데월드측은 사고가 난 뒤 “충분히 대비했으나 시민들의 문화의식 부족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롯데월드는 당초 폐장 시간보다 5시간 정도 이른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다. 롯데월드측은 27일부터 31일까지 5일 동안 업무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롯데월드 정문 근무자 등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했다. 안전관리 소홀이나 인력 배치상 문제 등이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 형사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윤설영 김기용기자 snow0@seoul.co.kr

2006-03-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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