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대표, 숨진 청년직원 빈소서 “병 숨겼지?” 막말

코스트코 대표, 숨진 청년직원 빈소서 “병 숨겼지?” 막말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7-28 21:36
수정 2023-07-28 21:3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6월 19일 오후 7시쯤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진 직원 김동호(29)씨. SBS 화면.
6월 19일 오후 7시쯤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진 직원 김동호(29)씨. SBS 화면.
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일하던 20대 근로자가 숨진 지 한 달이 넘도록 회사 측 공식사과는 나오지 않은 가운데, 코스트코 대표이사가 조문 당시 빈소에서 지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는 유가족 주장이 나왔다.

27일 SBS에 따르면 지난달 주차장 업무 중 숨진 코스트코 하남점 직원 김동호(29)씨의 아버지 김길성씨는 “대표이사가 (빈소에) 와서 ‘병 있지, 병 있지. 병 있는데 숨기고 입사했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업무 배치 전 숨진 김씨의 건강검진 결과에는 문제가 없었다.

코스트코가 제대로 된 사과나 유감 표명은커녕, 지병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며 고인과 유족을 모욕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트코는 사망 근로자에 대한 후속 조치가 미흡한 데 대해 아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7시쯤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김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인 오후 9시 18분 끝내 숨졌다. 업무가 주차장 카트 관리로 변경된 지 2주 만의 일이었다.
이미지 확대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김동호(29)씨는 6월 19일 오후 7시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 김씨가 숨지기 전 사흘간 최고기온을 보면, 17일 32.1℃, 18일 33.3℃, 19일 35.2℃였다. 18~19일은 폭염특보가 발령됐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보행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해당 기간 하루 많게는 4만 3000보, 일평균 22㎞를 걸은 것으로 나타났다. SBS 화면.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김동호(29)씨는 6월 19일 오후 7시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 김씨가 숨지기 전 사흘간 최고기온을 보면, 17일 32.1℃, 18일 33.3℃, 19일 35.2℃였다. 18~19일은 폭염특보가 발령됐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보행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해당 기간 하루 많게는 4만 3000보, 일평균 22㎞를 걸은 것으로 나타났다. SBS 화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김씨 사망 당시 병원 측이 발급한 최초의 사망원인 진단서 상 사인은 폐색전증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발급된 최종 사망원인 진단서에는 사인이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변경됐다.

노조는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최초 사망 원인이 폐색전증으로 진단된 것은 회사 측 관리자가 고인의 업무와 근무 환경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며 “사망 원인을 폐색전증으로만 이해하도록 혼선을 불러 부검의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김씨가 사망 이틀 전인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A씨가 더위에 노출된 상태로 장시간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숨지기 전 사흘간 최고기온을 보면 17일 32.1℃, 18일 33.3℃, 19일 35.2℃였다. 18~19일은 폭염특보가 발령됐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보행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 해당 기간 주차장 카트를 정리하며 하루 많게는 4만 3000보, 일평균 22㎞를 걸었다.

하지만 김씨가 일하던 주차장에 아이스박스와 생수만 비치됐을 뿐 냉풍기는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이미지 확대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김동호(29)씨는 6월 19일 오후 7시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그러나 김씨의 아버지는 코스트코가 공식사과나 유감표명을 하지 않았으며,  “대표이사가 (빈소에) 와서 ‘병 있지, 병 있지. 병 있는데 숨기고 입사했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SBS 화면.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김동호(29)씨는 6월 19일 오후 7시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그러나 김씨의 아버지는 코스트코가 공식사과나 유감표명을 하지 않았으며, “대표이사가 (빈소에) 와서 ‘병 있지, 병 있지. 병 있는데 숨기고 입사했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SBS 화면.
김씨와 마찬가지로 주차장에서 카트 관리를 한다는 직원은 “여기 와서 발톱이 두 번 빠졌다. 많이 걸었을 땐 5만 2000보까지 걸어봤다. 저희가 항상 호소해왔던 게 너무 과중한 업무였는데 (아이스박스 비치는) 보여주기 식”이라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연차나 병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거나 폭염 시 휴식 시간이 보장됐다면, 고인이 사망 전 호흡이 힘들다고 보고 했을 때 목소리를 들었다면, 그를 살릴 수 있었다”며 “코스트코는 이번 사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아버지 김길성씨는 “(아들이) 자기가 빠지면 나머지 동료 직원들이 너무 힘드니까 조퇴를 못했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지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 아니냐고 매도한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코스트코는 산재 신청을 위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공해 달라는 유가족 요청에도 “영상 준비에 2~3주가 걸린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답답한 마음에 코스트코 미국 본사에도 진정서를 보낸 상태다.

아버지 김길성씨는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대응이 자기들한테 최선의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저희 유가족을 두 번 죽이고 세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와 관련,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