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섹스토리] 어느 여자의 일

[마광수의 섹스토리] 어느 여자의 일

입력 2005-10-27 00:00
수정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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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어젯밤 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단잠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에 무척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전화를 건 사람은 중개인 여자였는데, 무척 흥분된 목소리였다. 어떤 돈 많은 남자가 수표 몇장을 던져주며 일을 부탁했는지 그녀는 내게 온갖 아부를 다 떨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둥, 굉장히 많은 돈을 받을 거라는 둥, 정신없이 수다를 늘어놓았다. 오후 3시로 약속을 잡고서, 자명종을 1시에 맞춰놓고 나는 다시 긴 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오늘 어쩌면 굉장히 괜찮은 날이 될 거라는 은근한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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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했다. 비누액을 마구마구 풀어 욕조에 부어넣고, 그 속에서 내 큰 젖가슴과 그 뭉툭한 아랫부분을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누군가 내 몸에 이 비누액을 발라주고 똥그란 내 젖꼭지를 가지고 놀아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마련한 내 검정색 망사 브래지어와 팬티는 늘 내게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데, 오늘도 그 망사에 거의 터져나올 듯 감싸여진 내 두 가슴과, 망사 구멍을 통해 빠져나온 음모는 내 아랫부분을 검은 숲에 들러싸인 신비의 샘처럼 보이게 했다. 거의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진보라색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물기에 젖어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검정색 속옷과 함께 아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한 초록색 아이섀도를 칠하고, 남자의 성기 길이만한 귀걸이를 매달고나니 그 끝이 내 어깨를 스치는데, 마치 남성의 심벌이 내 음모를 삭삭 스쳐가는 듯해 순간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요즘 유행하는 깔깔이 천으로 만든 나풀거리는 치마와(이것은 거의 360도로 펼쳐지는데, 내가 남자 위에 올라타고 다리를 벌리고서 아주 편하고 자연스러운, 그리고 허벅지까지는 약간의 윤곽이 흐릿하게 드러나 보이는 치마이다), 젖꼭지의 위치가 정확히 드러나는 몸에 딱 들러붙는 아주 연한 금색의 민소매를 입었다. 옷을 입는 동안 나는 늘 그렇듯이 아주 발랄한 록음악을 틀어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가슴도 한번 흔들어보고, 의자에 앉아 성교의 순간을 생각하면서 몸에 리듬을 주어 움직여보기도 하고, 신음소리도 내어 보았다. 마지막으로 독한 향수를 뿌리고 나서 15㎝ 높이의 하이힐을 신으니까 외출준비는 끝났고, 나는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집을 나설 수 있었다.

그는 깨끗하게 생기고 부유해보이는 40대 중반의 남자 유부남이었다. 부인과 아이들이 해외여행 중이라서 말벗이라도 삼을 겸해서 불렀다는 그의 말은 나를 아주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내겐 그에게 아주 멋진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목욕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는 그의 침실로 나를 안내했다. 깨끗한 시트와 부드러운 담요, 그리고 오리털을 넣었다는 베개가 두 개 놓여 있었다. 공간도 넓고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 있어서 일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그에게 옷을 벗으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그를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내게 그러면 자기 옷을 벗겨달라며 침대에 눕는 것이었다. 내가 가방을 열어 필요한 물건들을 탁자에 놓고난 뒤 침대 곁으로 옮기는 동안 그는 꿈쩍않고 내 젖가슴만 쳐다보았다. 내게 일을 부탁한 모든 남자들이 늘 내 가슴을 만지거나 그 크고 부드러운 품속에 묻히길 좋아하듯이, 그 역시 그것을 원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곧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은근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되도록 그의 몸에 살짝살짝 손이 닿도록 하여 그가 서서히 흥분하는 모습을 즐겼다. 그리고 마지막 옷을 벗겨낼 때 나는 가만히 내 오른손이 그의 페니스를 스쳐내려오게 했고, 마지막으로는 새끼손가락의 긴 손톱으로 그걸 긁으면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의 가슴 위로 다리를 벌린 채 올라앉아 그의 얼굴부터 만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넘겨주고 크림을 담뿍 발라 얼굴 근육을 만져주고 풀어주고 내 솜씨를 다하여 안마를 시작했다. 손톱, 발톱을 손질할 때는 되도록 내 가슴 가까이 가져와 젖꼭지가 발가락 사이에 끼도록 넣기도 하며 웃기도 했다. 그는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랐고, 나의 안마에 매우 흡족해하며 때로는 신음소리와 함께 꿈틀거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남자는 참을성이 대단했다. 내가 안달이 날 정도로 내 몸에 손을 안 대는 것이었다. 아직 아랫도리 안마를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저 내 긴 머리카락만 만질 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그의 오른쪽 허벅다리 안마를 시작할 즈음 그가 갑자기 내게 겉옷을 벗고 하라고 명하였다. 내심 기다렸던 바라 나는 재빠르게 그럼 옷을 벗겨달라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내 검정색 치마를 벗기기 시작했는데, 손을 깊숙이 넣어 그곳을 한번쯤 만져줄 거라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로한 채 내 옷을 간단히 벗겨버리는 것이었다.“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나는 기껏 흥분하려던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검정 망사의 브레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그의 얼굴쪽에 엉덩이를 내민 채 그의 몸 위에 걸터앉아 성기의 안마를 시작했다.

내가 남자의 페니스를 만져주는 솜씨는 유명했다. 가만히 주물러주고 만져주고 긴 손톱으로 긁어주고, 마지막엔 깔끔하게 입속에 넣고 놀아준다. 이 남자 역시 그것을 만질 때만큼은 무척이나 흥분되는 듯했다.

그는 갑자기 나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나의 아랫부분을 더듬었다. 가는 망사에 덮인 뭉툭한, 그리고 보드라운 나의 음부를 그는 아주 잘 만져주었다. 나는 몹시 흥분했고, 내 혀를 한껏 깊숙이 그의 성기에 디밀어 빨아주고 핥아주었다. 그 후 재빠른 솜씨로 안마를 마치고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으로 그의 성기 끝부분에 나의 망사 팬티에 덮인 부분을 가져다 대고서 나의 온몸에 율동을 주며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그의 성기 끝에 내 음부를 떼었다 붙였다 하기를 반복하였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때 몹시 흥분한다. 그도 역시 미칠 듯 몸을 비틀면서 신음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나를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 내 위에 올라탔다. 순간적으로 위치가 바뀌자 당황하는 나를 바라보더니, 그는 갑자기 내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긴 채 내 손을 이끌어 욕실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내 몸에 비누칠을 하겠다며 욕조 속에 다리를 벌린 채 누우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여자노예에게 하듯 내게 명령을 하고, 내 몸을 만져주는 남자가 나는 무척이나 좋았다. 그는 내 몸을 부드럽게 만져주어 나를 흥분케했다. 우리는 아주 즐겁게 목욕탕에서 놀았다. 비누칠을 마치고 샤워기 밑에서 우리는 서로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마구마구 키스하고 장난치고 처음으로 그의 성기가 내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옴을 느끼며 아주 긴 성교를 나누었다. 그는 내 몸에서 손을 뗄 줄 몰랐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고, 한번 맛을 들이자 통 정신을 못차리는 것이었다. 나더러 눈을 감으라고 하고서는 서서히 내 몸을 만져주거나 그의 몸을 만져달라고 하였다.

욕실을 나오고 나서는 무척이나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그는 돋보기를 가져와 나의 몸 이곳저곳을 쿡쿡 찌르면서 그곳에 돋보기를 밀착시켜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어디서 구했는지 내 몸에 꽉 끼는 타이트 스커트를 가져와 입게 하고는, 그 속으로 자기의 오른쪽 발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발이 내 음부에 찰싹 달라붙게 하였다. 그러자 치마는 터질 듯 팽팽하게 되어버렸다. 결국 그가 발끝으로 내 음부를 톡톡 찰 즈음 해서 내 발끝이 그의 성기를 스치게 되었다. 우리는 번갈아가며 서로의 성기를 톡톡 찼다.

또 나는 그에게 내가 흥분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그는 매우 재미있어 하며 행동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내가 자위행위를 할 때 쓰는 방법이었는데, 내 음부의 쫑긋 솟은 부분을 손으로 긁어주면서 내 젖꼭지를 빨아주는 방식이었다. 그는 세게 또는 약하게 볼륨을 주면서 그곳을 긁어주었고, 나는 몸을 흔들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면서 아주 열정적으로 신음하였다. 그리고 흥분이 절정에 달하자 그에게 제발 성기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고서 그의 페니스를 찾았고,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깊이 삽입을 하지 않고 자기의 성기 끝으로 내 음부만을 톡톡 건드렸다. 그러다가 내가 미칠 듯 흥분하자 내 입 속에 그의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빨아주었다.

그 일이 끝나자 그는 힘차게 그의 페니스를 내 몸 속으로 밀어넣었다. 아아아…너무나 황홀한 순간이었다. 그의 혀가 내 젖꼭지와 입술을 오갈 때…. 그리고 그의 힘찬 몸놀림과 손놀림…. 그리고 내 엉덩이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더듬어주는 그의 손…. 나는 오르가슴을 맛보았다.

<끝>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2005-10-27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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