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의 섹스토리] ① 어느 여대생의 ‘에덴동산’여행

[마광수의 섹스토리] ① 어느 여대생의 ‘에덴동산’여행

입력 2005-06-02 00:00
수정 2005-06-0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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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날 대낮의 환몽(幻夢)중에 지상낙원이라는 에덴동산엘 가보았다. 그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신 더 야(野)한 곳이었다. 나는 에덴동산은 문명화되기 이전의 곳이라서 원시적인 모습을 상상했었다.‘성경’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처음에는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덴동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인공미’와 ‘섹시미’의 극치였다. 나는 처음엔 아담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잘생긴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계란형 얼굴에 쌍꺼풀 진 눈, 제대로 오똑 솟아있는 코, 잘 빠진 인중, 그리고 조금 아래 있는 빨간 입술. 그 아래 다듬은지 얼마 안되는 것 같은 2㎜ 정도 자라난 콧수염과 턱수염에서 난 페티시(fetish)를 느낄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아담의 속눈썹이 비정상적으로 길다는 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인조 속눈썹 같아 보였다. 흡사 여장남성(transvestite)을 보는 듯했다.

하느님이 ‘야한 외모’ 중심주의자이시기 때문에 아담에게 속눈썹을 붙이라고 요구했든지, 아니면 아담 스스로가 나르시시즘에 겨워 긴 인조 속눈썹을 붙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이었다. 그 손가락은 Y대 M교수의 긴 손가락들을 연상시켰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 보이는 관절의 움직임조차 아름다웠다. 왼손 검지와 오른 손 검지에는 실 같이 가는 얇은 금사(金絲)가 둘둘 말려져 있었고, 왼쪽 새끼 손가락과 오른 손 약지, 새끼 손가락에는 큼지막한 메탈로 된 커다란 반지들이 끼워져 있었다. 물론 손톱들도 다 10㎝ 넘게 길러져 있었다. 그는 위에는 안이 훤히 비치는 메시로 된 파란색 저지를 입고 있었는데, 이게 바로 무화과 나뭇잎 그물 옷인 듯했다. 웃옷이 비치지 않는 것이었다면 나는 그의 가슴 근육과 배 근육을 볼 수 없어 무지 안타까웠을 것이다. 액세서리들로 온몸이 감싸인 그는 제대로 된 ‘힙합맨’이었다. 나는 평소에 힙합에 관심이 많아 ‘힙합 스타일’의 남자를 보면 눈을 떼지 못했는데 아담은 이 부분에 있어서도 완벽했다.

연한 베이지색 듀렛을 써서 머리를 깔끔하게 밀착시키고 그 위에는 앞이 가죽으로 된 메시캡을 옆으로 15도 정도 기울여서 썼다. 그리고 배꼽까지 내려오는 긴 메탈 목걸이를 두개나 걸고 팔에는 황금 암릿(armlet)과 팔찌를 하고 있었다. 특히 두 젖꼭지에 박혀 있는 커다란 피어싱(piercing) 고리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아담의 손가락을 유심히 쳐다보고 나서 그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살풋했다. 나는 그의 긴 손가락을 하나씩 살짝 잡아당겨 보았다. 그리고 긴 손톱 끝부분을 깨물어보기도 하였다. 재미있었다. 정말로 갖고 싶은 손이다. 나는 그와 이야기하는 동안 내내 그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나에 대해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게 더 많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심볼에 손을 갖다 대봐요. 그리고 내 신체 부위중 아무 곳이나 긁어보세요.”

그래서 나는 그의 심볼을 살며시 잡아 보았다. 그랬더니 그의 페니스 한 가운데 커다란 황금 링이 피어싱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저 심볼을 갖고서 인터코스를 하면 여자의 질(膣)에 얼마나 큰 오르가슴을 선사할까’하는 생각에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담은 자기도 역시 나의 치구(恥丘) 부근을 슬금슬금 쓰다듬어 주면서 또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은 ‘야한 사람’을 좋아하셔서 나같은 남자한테도 여자처럼 치장할 권리를 주었죠. 그래서 나는 어느새 ‘탐미적 평화주의자’가 된 것이랍니다. 손톱이 짧으면 오히려 남을 할퀴게 되지요. 그렇지만 손톱이 길면 손톱이 부러지는 게 아까워서라도 남을 할퀴지 않게 되거든요.”

아담의 얘기를 듣고나서 나는 어서 빨리 이브를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아담에게 이브를 소개해달라고 졸랐다.

아담이 내 곁에서 떠난 후 얼마 안 있어 이브를 데리고 나타났다. 이브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섹시하고 야(野)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적어도 3m는 될 것 같은 긴 머리는 하늘색으로 염색되어 중간중간에 흰색과 노란색으로 블리치가 되어 있었다. 이 긴 머리를 앞머리와 옆머리는 남긴 채 가체(假 )처럼 틀어올린 모습이 무척이나 관능적이었다. 가체 위에는 여러개의 나비장식을 하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장식품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나비인 듯했다. 위 아래로 헐렁하게 붙어있는 연보라색 원피스는 속이 훤히 비치는 시폰 소재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가슴을 깊게 파 옷깃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여미게 되어 있었다.

허리에는 굵은 요대(腰帶) 비슷한 황금벨트 장식이 있고 모든 옷 끝마다에는 은빛 레이스가 연결돼 있어 여성스러움이 돋보였다. 손톱의 길이는 15㎝가 넘었고 손톱 끝에는 아주 가느다란 황금 체인들이 꿰어져 있었다. 특히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음부(淫部) 부분을 온통 뚫어놓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질구(膣口)에서는 두 개의 사파이어 사슬이 무릎 근처까지 늘어져 내려와 있었는데, 하나는 음순걸이였고 하나는 클리토리스걸이였다. 나는 이브의 섬뜩한 염정미(艶情美)에 놀라 어째서 이토록 야한 몸매를 갖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브는, “하느님이 워낙 야한 여자를 좋아하셔서 이렇게 차린 것이랍니다. 당신도 에덴동산으로 들어오고 싶으면 하루라도 빨리 야한 여자가 되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이브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짙디짙은 화장이 무척이나 고혹적이었다. 옷색깔에 맞추어 연보라색 아이섀도우를 칠하고 아이 라인을 눈꼬리 바깥까지 길게 뻗어나가게 하여 더욱 신비감이 난다. 그리고 왼쪽 눈에는 하늘색 콘택트 렌즈를, 오른쪽 눈에는 노랑색 콘택트 렌즈를 끼고 있었다. 특히 숱이 많고 길이가 긴 황금색 인조 속눈썹이 인상적이었다. 립스틱 대신 파란색 글로스 틴트를 바른 입술은 두터운 입술 고리와 함께 더욱 음음(淫淫)한 빛을 자아내고 있었다.

내가 멍청한 모습을 하고 있자 이브는 매트릭스와 쿠션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 만큼 크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 사이에서 뭔가를 꺼냈다(이브의 옷에는 주머니란 게 없다. 그녀의 두 가슴 사이가 주머니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스프레이식 파운데이션이었다.

그녀는 햇볕 때문에 화장이 번진다면서 스프레이를 자신의 얼굴에다 대고 뿌렸다. 스프레이에서 나오는 미세입자 하나하나가 그녀의 얼굴 표면에 닿을 때마다 그녀는 ‘꺄약’하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스프레이를 잡고 있는 오른 손에서 파아랗고 창백한 핏줄이 보였다. 이브의 가느다란 팔목에 있는 형광색 팔찌 세 개 아래로 힐끗힐끗 엿보이는 힘줄 두 개가 나를 이상하게도 흥분시켰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전혀 새로운 페티시였다. 또 이브는 남자같이 허스키한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묘한 양성성(兩性性)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녀와 함께 한번 멋진 페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때 아담이 문득 끼어들었다.

“우리는 생식을 위한 성관계를 갖지 않습니다. 모든 게 다 비생식적인 성희(性戱)뿐이지요. 남자든 여자든 ‘정력’보다 ‘정열’이 더 중요해요. 부디 이 말을 명심하세요.”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내 앞에서 한뻔 멋진 성희 장면을 보여달라고 청했다. 그랬더니 아담은,

“그건 뭐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의 성희를 봐줄때 더 노출증적인 쾌감을 느끼니까요.”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두 사람의 페팅이 내 앞에서 시연되었다. 두 사람은 먼저 옷을 훨훨 벗어던지고 식스티 나인(sixty-nine) 형태로 포개졌다. 그러고는 서로가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펠라티오와 쿤닐링구스를 하는 것이었다. 이브는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이따금 아담의 페니스를 자극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아담은 자신의 수염을 이용하여 이브의 치구와 불두덩이 따끔거리도록 슬슬 비벼댔다.

두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구강성희를 즐기는 것을 보면서 나는 군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어느새 나의 음부 언저리는 애액(愛液)으로 흥건히 적셔졌다.

“나도 빨리 애인을 구해 저런 페팅을 해봐야지. 그리고 먼저 손톱부터 길게 길러야겠다.”라고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약 력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2005-06-02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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