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격리, 박탈
김보람 외 16인 지음/신지영 엮음
서해문집/656쪽/3만 3000원
외국인보호소 들어온 난민 신청자 ‘새우꺾기’ 손발 뒤로 묶인 채 갇혀
합법 이름 아래 무기한 구금 시스템
한·일·대만 등 수용소 문제점 지적
경기도 화성시 외국인보호소에 머물던 모로코인 A씨가 2021년 6월 10일 사지가 꺾인 채 독방에 감금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A씨 대리인단 제공
A씨 대리인단 제공
‘수용소’라고 하면 얼핏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와 같은 절멸수용소, 혹은 어두컴컴한 감옥 같은 곳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수용소는 우리 사회 곳곳에 보일 듯 보이지 않게 존재해 왔다.
연구자들은 물리적인 수용소에 국한하지 않고 수용화한 관계를 빚어내는 사회구조 전체로 연구 범위를 넓혔다. 또한 한국의 수용소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의 근현대에 존재했던 수용소로 연구 대상을 확대했다.
일본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김보람 연구자는 19세기 후반 일본 메이지 시대 초기 간토 지방에서 벌어진 ‘아시오 광독사건’을 통해 국가 폭력을 이야기한다. 동광 개발 도중 대규모 공해가 마을을 덮치고, 국가가 주민을 외면하면서 평화롭던 마을은 수용소로 전락했다.
2021년 11월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근에서 진행된 외국인보호소 폐쇄를 촉구하는 봉투 가면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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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외국인보호소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심아정은 출입국관리법의 문제점을 짚는다. 외국인보호소의 무기한 구금 시스템이 ‘합법’, ‘행정’, ‘보호’라는 이름으로 감춰지고,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마치 보호소의 재량처럼 인정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런 관점에서 수용소는 장애인 시설, 병원 폐쇄병동, 한센인 마을, 그리고 외국인보호소처럼 외부로부터 누군가를 격리하고 그의 지위를 박탈하는 곳들을 통칭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아닌 이들,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들, 정상이 아닌 이들로 치부되는 사람들이 갇히는 곳이 바로 수용소인 셈이다.
여러 연구자의 글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내긴 어렵지만 연구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차별을 넘어서야 하며,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2024-07-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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