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의 대전환/해롤드 제임스 지음/정윤미 옮김/21세기북스/568쪽/2만 98000원
19세기부터 200년간 경제 분석대기근·초인플레·팬데믹 등 연구
세계 뒤흔든 ‘7번의 전환점’ 지적
긍정적 위기와 부정적 위기 설명
어려울 때마다 뛰어난 학자 등장
자본주의 폐해 극복 여부도 주목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20년대 독일은 극심한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1923년 당시 독일에서 화폐가치가 0에 수렴하면서 돈으로 벽지를 대신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2000년대 후반 미국 주택 금융시장에서 촉발된 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해 발생한 것이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다. 2008년 10월 6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폭락하는 주가를 보면서 경악하는 모습.
AP 제공
AP 제공
기체 분자 개개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기체 전체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인류도 개개의 행동이 아닌 거대한 역사의 흐름은 예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대 교수는 어린 시절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읽고 심리역사학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한 경제학을 공부하려고 일찌감치 마음먹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이자율 상승, 일자리 감소가 있었지만 오히려 여러 국가에서 경제는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측 성공 사례보다 실패한 것을 찾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과거 역사와 현재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분석해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경제학자의 숙명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과거 경제 역사를 살펴보면 미래 경제의 향방을 전망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게 된다고 강조한다. 많은 경제사 책이 화폐경제가 등장한 근대 혹은 18세기 산업혁명기부터 시작해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저자인 해롤드 제임스 미 프린스턴대 역사학과 교수는 유럽경제사의 세계적 석학답게 19세기 초중반부터 현재까지 200년 동안 발생한 위기의 경제사만 콕 집어냈다. 200년 동안 세계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든 7번의 전환점을 지적하며 세계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좋은 위기’였는지, 전 세계를 대공황에 빠뜨린 ‘나쁜 위기’였는지를 설명한다.
1845~1852년 발생한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대기근 조각상.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재미있는 점은 경제위기의 순간마다 카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같은 뛰어난 경제학자가 등장해 해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내놓은 해법과 이론은 지금까지도 많은 나라의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년 넘게 인류 번영을 가져다준 자본주의의 폐해가 점점 심화하고 있는 요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경제학자가 등장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 케인스는 “상황은 나아지기 전에 악화한다. 거기에 기회가 있고, 희미한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것은 아픈 과거라 해서 기억 저편에 묻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곱씹을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책을 덮고 나면 고물가에 시달리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최악이라는 요즘 한국 경제 상황을 반전시킬 해법은 있는 것인지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 현재는 ‘위기 속 기회’를 포착한 순간으로 기록될지, 그저 최악의 위기로만 기록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2024-06-07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