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문학의 아버지가 쓴 ‘이상야릇한’ 이야기

日문학의 아버지가 쓴 ‘이상야릇한’ 이야기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4-05-10 01:09
수정 2024-05-1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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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나쓰메 소세키 지음/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글항아리/352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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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가즈마사·글항아리 제공
ⓒ오가와 가즈마사·글항아리 제공
“제가 죽으면 묻어 주세요. 큰 진주조개로 구덩이를 파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 조각을 묘비에 놓아 주세요. 그런 다음 무덤 옆에서 기다리세요. 다시 만나러 올 테니.”(12쪽, ‘열흘 밤의 꿈’)

일본 문학의 정전(正典)인 나쓰메 소세키(사진·1867~1916)를 ‘기담’(奇談)이라는 키워드로 엮었더니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기담은 국어사전에서 ‘이상야릇하고 재밌는 이야기’로 정의한다. 근현대 일본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가 ‘이상야릇한’ 이야기를 썼다고 하니 책을 펼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소세키의 기담꾼적 면모를 일찍이 알아챈 일본의 장르문학 편집자이자 작가인 히가시 마사오는 그를 “잘 알려지지 않은 괴기환상 문학 작가”라고도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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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는 소세키의 환상 문학 소설 중 단편 ‘열흘 밤의 꿈’을 최고로 쳤다. 열흘간 꾸었던 꿈을 하루에 하나씩 풀어 나가는 이 이야기는 현실인 듯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공간이 주는 몽환적인 느낌을 가득 담고 있는 재치 있는 소설이다. 그중 죽음을 앞둔 아내와의 대화를 담은 첫째 날 밤의 이야기는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예감한 아내는 자기의 무덤이 될 구덩이를 꼭 ‘진주조개’로 파 달라고 한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올 터이니 무덤 옆에서 100년을 기다리란다. 눈 감는 아내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한 남편은 구덩이를 파면서 진주조개 껍데기 안쪽에 비치는 달빛을 감각한다. 새하얀 백합에 이슬이 툭 떨어졌을 때 남편은 비로소 100년이 다 됐다고 깨닫는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자연의 법칙과 동떨어지거나 물질계의 원리에 어긋나는 사건들, 혹은 현대 과학으로 밝히기 힘든 사건들은 종종 시나 산문에 담기기도 한다. 따라서 문필가는 초자연적 현상을 일컫는 어절을 등한시할 수 없다.”(311쪽,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

소세키는 소설가이자 영문학자, 문학비평가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연구사를 짚은 에세이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는 그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글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왕위를 ‘찬탈한’ 맥베스는 유령의 목소리로 고통받는다. 그 유령은 과연 누구의 영혼인가. 덩컨? 뱅쿠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문학은 자연과학과는 분명히 다른 원리로 작동하며 그러기에 유령을 포함한 초자연적인 현상 역시 문학의 자장 안에서는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소세키의 진지한 성찰이다.

2024-05-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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