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도서관에 애들 풀어 스스로 책 선택하게 해야”

“서점·도서관에 애들 풀어 스스로 책 선택하게 해야”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5-05 18:04
수정 2017-05-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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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위숙 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

“어린이책은 무조건 희망을 줘야 한다고요? 아이들도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어요. 죽음, 절망, 분노 등 그간 금기시하던 어두운 감정과 주제도 폭넓게 책으로 접하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고 힘든 것은 극복할 줄 아는 힘을 갖게 되죠. 책을 유행 따라, 학습 목적만을 위해 편식해선 안 될 이유입니다.”
여위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열린 도서관 큰잔치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제공
여위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이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열린 도서관 큰잔치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제공
스마트폰, 게임 등 오락거리가 넘쳐나고, 코딩책, 학습만화 등 특정 목표를 위한 책들이 유행하는 시대다. 아이들을 어떻게, 어떤 책의 길로 이끌지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위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은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책을 읽으라”고 부모가 책을 골라 건네주기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풀어놓으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옆 친구의 책을 곁눈질하고 스스로 탐색하며 주체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 나선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우리 애는 스마트폰 하느라 책을 안 읽어요’, ‘어떤 책을 사 줘야 공부에 도움이 될까요?’란 질문을 늘 받아요. 하지만 선택은 아이들에게 맡겨 두세요. 대신 평소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호기심을 갖는지 잘 기억했다가 그에 맞는 책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책이 있는 곳으로 인도해 주세요. 책을 펼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을 잘 다독여 주면 책에서 생각의 힘을 기르고 스스로 가치관을 키우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책의 매력으로 이끄는 가장 가까운 길은 엄마, 아빠가 “같이 읽어 보자”며 아이와 함께 책을 펼쳐 드는 것이다. 여 관장은 2015년부터 전국 900여개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책 읽어 주세요, 노란 앞치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중고생인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노란 앞치마를 입고 한글을 못 읽거나 책 읽는 게 미숙한 동생들에게 관심사와 독서 수준 등에 맞춰 책을 골라 읽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이 언니, 오빠, 형, 누나가 읽어 주는 걸 신기해하며 자연스럽게 책으로 소통하더라고요. 청소년들도 봉사하면서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데 뿌듯함을 느끼고요. 청소년과 어린이를 책이란 매개로 교감하게 하면서 멘토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5-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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