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홍성담 지음/나비의활주로/308쪽/1만 6800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세월오월’의 작가 홍성담이 가고시마 치란을 찾았을 때다. 그는 일본이 ‘평화박물관’으로 둔갑시킨 가미카제 특공 박물관을 들렀다. 일본 제국주의의 향수에 취한 이들이 주로 찾는 그곳에서 화가는 아무도 찾지 않을 한 이름만을 좇았다. 교토약학전문대를 졸업한 조선인으로 1945년 5월 11일 가미카제로 출격해 오키나와 상공에서 산화한 탁경현.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다가 출격 전날 밤 부대 앞 식당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아리랑’을 불렀다는 청년의 넋이 화가에게 붓을 들게 했다. 시대의 폭력과 야만, 나라의 비운에 휩쓸려 공중으로 흩어진 청년의 비애가 짙은 보랏빛으로 흩뿌려졌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5-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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