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붕괴, 권력 소수 배불리기 정책 탓

중산층 붕괴, 권력 소수 배불리기 정책 탓

입력 2015-01-09 18:04
수정 2015-01-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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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도널드 발렛·제임스 스틸 지음/이찬 옮김/어마마마/328쪽/1만 5000원

미국에서 중산층이라면 대개 세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좋은 일자리와 훌륭한 복지 혜택, 그리고 내 집 소유가 그것이다. 많은 사람이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살았지만 이제 대부분 빈곤 노동층에게 아메리칸드림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아메리칸드림의 실종은 바로 중산층 붕괴로 압축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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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는 중산층 붕괴를 정색하고 파헤친 보고서다. 미국에서도 이름난 탐사보도팀인 저자들이 중산층 붕괴의 심각한 실상과 원인을 솔직하게 짚어 냈다. 아메리칸드림이 어떻게 사라지게 됐는지를 추적해 곳곳에서 얼마나 비참한 추락과 몰락이 진행됐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2011년 광고업계 잡지 애드에이지는 ‘미국에 막대한 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2005년 월스트리트에선 부유층(plutocrat)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플루토노미(plutonomy)가 등장했다. 수입과 부가 극도의 불평등을 이룬 국가이며 계층의 등장, 득세를 알린 것이다. 책은 이 용어 그대로 중산층 붕괴를 권력을 가진 소수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한다. 권력을 가진 소수가 스스로를 살찌우면서도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인 중산층의 생존 기반은 허무는 정책을 줄곧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책에선 그 지적이 허튼소리가 아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로 현재 미국 가구의 상위 1%가 16조 달러 이상을 좌지우지하며, 이는 하위 90%가 소유한 재산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그리고 ‘누구든 경제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은 이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누구든 내려갈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뀐 상황이다.

“40년 동안 미국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조사하고 그에 관한 책을 써 왔지만 지금처럼 미국 장래에 관해 걱정했던 적은 없었다. 미국 중산층을 해체하고 있는 힘은 무자비했다.” 책 말미에서 저자들은 공공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없다면 다가올 미래는 미국인에게 암울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중산층 집단을 지탱했던 경제적 지원망을 해체한 지배층은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그 목표가 달성되면 중산층은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이 경고는 책 추천사를 쓴 희망제작소 부소장의 지적에 얹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한국은 경제성장의 혜택이 가계소득으로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 정도가 세계에서 가장 심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5-01-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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