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亞 호랑이 경제… 그것이 궁금하다

금융위기·亞 호랑이 경제… 그것이 궁금하다

입력 2013-04-06 00:00
수정 201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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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책/니알 키시타이니 등 지음, 지식갤러리 펴냄

기업들의 담합을 묘사하는 일러스트레이션. 기업들도 경쟁을 싫어한다.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 운운하지만, 정작 그 체제에서 담합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식갤러리 제공
기업들의 담합을 묘사하는 일러스트레이션. 기업들도 경쟁을 싫어한다.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 운운하지만, 정작 그 체제에서 담합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식갤러리 제공
경제사, 그러니까 경제학설사는 일단 지끈지끈하다. 경제의 시대에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책을 펴지만, 수많은 그래프에 도표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그러다 보니 왠지 모르게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숫자놀음인 거 같다. 오죽했으면 노벨경제학상을 받지 않은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라 불리는 조앤 로빈슨은 경제학을 배우는 이유를 두고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고자”라고 말했겠는가.

그런데 ‘경제의 책’(니알 키시타이니 등 지음, 이시은 등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은 이런 장벽을 아주 솜씨 좋게 넘어서고 있다. 사적 소유권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정당한 가격에 대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에서부터 최근 현대경제학까지 포괄하고 있는 데다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그 가운데 한국 관련 사항부터 찾아보면 수준이 느껴진다. ‘동아시아에서는 정부가 시장을 지배한다-아시아의 호랑이 경제’ 챕터가 있는데, ‘맥락 읽기’ 항목에서는 미국의 경제학자 앨리스 암스덴과 폴 크루그먼이 등장한다. 앨리스 암스덴은 한국식 개발경제에 찬사를 보내면서 한국이 과거의 훌륭한 경험을 망각한 채 어쭙잖게 서구식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몹시 비판적이었다. 반면 폴 크루그먼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개발경제라는 것이 양적 투입에 따른 거품 성장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하는 데 앞장선 학자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한국의 행보를 되돌아보면서 이 두 거장의 논의를 곱씹어 보는 것도 괜찮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세계 각국의 재정위기 문제가 도마에 오른 배경이 궁금하다면 ‘안정적인 경제는 불안정성의 씨앗을 품고 있다-금융위기’ 편을 볼 만하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1992년 ‘금융불안정성 가설’ 논문을 통해 지금 현재의 금융위기의 원인과 경과, 예상 가능한 대책과 그 대책에 따른 부작용과 위험성까지 다 추론해 뒀는데, 오늘날 주요 경제뉴스를 거의 예견하다시피 한 주장들이 흥미롭다. 같은 맥락에서 ‘해외 과잉저축이 국내 투기를 조장한다-세계의 저축 불균형’은 통화주의자 벤 버냉키가 왜 금융위기에 사과했어야만 했고, 또 그 근본원인으로 중국을 겨냥함으로써 미·중 양국 간 환율 전쟁을 불러일으켰는지 설명했다. 그래픽으로 요점을 정리했고 관련 학자들의 주장과 논리전개를 압축적이고도 충실하게 담았다. 3만 8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4-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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