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책/니알 키시타이니 등 지음, 지식갤러리 펴냄
기업들의 담합을 묘사하는 일러스트레이션. 기업들도 경쟁을 싫어한다.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 운운하지만, 정작 그 체제에서 담합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식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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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제의 책’(니알 키시타이니 등 지음, 이시은 등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은 이런 장벽을 아주 솜씨 좋게 넘어서고 있다. 사적 소유권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정당한 가격에 대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에서부터 최근 현대경제학까지 포괄하고 있는 데다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그 가운데 한국 관련 사항부터 찾아보면 수준이 느껴진다. ‘동아시아에서는 정부가 시장을 지배한다-아시아의 호랑이 경제’ 챕터가 있는데, ‘맥락 읽기’ 항목에서는 미국의 경제학자 앨리스 암스덴과 폴 크루그먼이 등장한다. 앨리스 암스덴은 한국식 개발경제에 찬사를 보내면서 한국이 과거의 훌륭한 경험을 망각한 채 어쭙잖게 서구식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몹시 비판적이었다. 반면 폴 크루그먼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개발경제라는 것이 양적 투입에 따른 거품 성장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하는 데 앞장선 학자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한국의 행보를 되돌아보면서 이 두 거장의 논의를 곱씹어 보는 것도 괜찮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세계 각국의 재정위기 문제가 도마에 오른 배경이 궁금하다면 ‘안정적인 경제는 불안정성의 씨앗을 품고 있다-금융위기’ 편을 볼 만하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1992년 ‘금융불안정성 가설’ 논문을 통해 지금 현재의 금융위기의 원인과 경과, 예상 가능한 대책과 그 대책에 따른 부작용과 위험성까지 다 추론해 뒀는데, 오늘날 주요 경제뉴스를 거의 예견하다시피 한 주장들이 흥미롭다. 같은 맥락에서 ‘해외 과잉저축이 국내 투기를 조장한다-세계의 저축 불균형’은 통화주의자 벤 버냉키가 왜 금융위기에 사과했어야만 했고, 또 그 근본원인으로 중국을 겨냥함으로써 미·중 양국 간 환율 전쟁을 불러일으켰는지 설명했다. 그래픽으로 요점을 정리했고 관련 학자들의 주장과 논리전개를 압축적이고도 충실하게 담았다. 3만 8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4-06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