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 행복’을 쫓는 한·일의 시선

‘느림 행복’을 쫓는 한·일의 시선

입력 2013-04-06 00:00
수정 2013-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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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스지 신이치·김남희 지음, 문학동네 펴냄

슬로 라이프(slow life)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는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스지 신이치와 한국의 도보 여행가 김남희가 함께 책을 냈다.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전새롬 옮김, 문학동네 펴냄)이다. 한눈팔기, 어슬렁거리기, 빈둥거리기 같은 가치들을 신봉하는 두 사람이니만큼 책이 전하려는 ‘속도’와 ‘방향’은 자명하다. ‘느리기에 행복한 삶’이다. 두 사람은 1년 정도 부탄과 일본의 홋카이도, 나라, 한국의 안동, 제주 등을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었던 일들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사실 느리게 걷기는 여러 면에서 현실과 충돌한다. 광속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아날로그를 꿈꾸니 당연한 노릇이다. 예컨대 우리는 늘 시골마을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길 바란다. ‘개발’도, 더불어 ‘시간’도 멈추길 바란다. 한데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사람도 그럴까.

책의 첫 번째 여행지, 그러니까 저자들에게 동행의 계기를 준 부탄의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다. GNP(국민총생산)보다는, ‘P’roduct(생산물) 자리에 ‘H’appiness(행복)를 대신 넣은 ‘GNH’를 더 중시한다는 나라다. 굳이 ‘GNH’를 번역하자면 ‘국민총행복’쯤 될까. 책에 따르면 부탄은 해마다 입국하는 관광객 수를 1만 명으로 제한한다. 개발이 가져 올 무분별한 환경 파괴를 막겠다는 의지다. 이는 병들지 않은 자연이 행복의 기본 조건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경북 안동에서는 다소 껄끄러운 전통과 마주했다. 김남희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이 마뜩잖다. 보수적 가치가 지배하는 곳인 데다, 고풍스러운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한옥의 안살림을 맡은 여인네들이 얼마나 많은 품을 들여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한복의 우아함을 좋아한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나라 안에서 보기 드물게 ‘시간이 멈춘 곳’이 하회마을 아닌가. 이런 모순과 부딪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판단을 유예하고 ‘돌아’가는 거다. 저자가 먼발치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전통문화를 들여다보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게다.

저자들은 정신적인 여유가 있는 삶을 꿈꾸면서도 손에 쥔 물질에 연연하는 이들에게 ‘슬로 비즈니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1 만 5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04-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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