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의 부인은 왜 ‘마녀’가 되었는가

마오쩌둥의 부인은 왜 ‘마녀’가 되었는가

입력 2012-12-08 00:00
수정 2012-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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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칭】 로스 테릴 지음 교양인 펴냄

‘장칭’(로스 테릴 지음, 양현수 옮김, 교양인 펴냄)은 장칭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책은 아니다. 이런 표현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기존 주장들이 ‘장칭은 미친 년’에 그친다면, 이 책은 왜 미쳤는가 그리고 그런 여자가 어떻게 중국 정치를 쥐고 흔들 수 있었느냐를 세밀하게 추적해 들어갔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저자의 메시지는 문화대혁명의 오류에서 마오쩌둥을 구출해 내기 위해 장칭을 비롯한 4인방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80년 11월 시작된 재판에서 장칭이 “나의 행동은 오로지 마오쩌둥과 당의 노선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쩌렁쩌렁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을 때, 덩샤오핑의 중국 지도부는 오히려 곤혹스러워했고, 중국 인민은 통쾌하게 여긴 이유다. 결국 장칭 문제는 마오쩌둥의 문제였고, 그 마오쩌둥을 방기한 현 중국 지도부의 책임이었고, 동시에 공산체제 그 자체의 문제였다는 폭로였기 때문이다.

마오쩌둥, 문화대혁명, 홍위병 욕하기 좋아하는 한국 극우들을 위해 이 상황을 한국적으로 번역하자면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의 말년 혼란은 부하들의 잘못이다, ‘부국의 아버지’ 박정희는 유신이 잘못된 것인 줄 알고 있었고 1980년대초 자진해서 권력을 내놓을 생각이었으나 차지철 같은 나쁜 놈들이 농간을 부렸다, 는 식의 해석은 다 거짓이라는 얘기다.

1980년대 초반 중국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가능했던 미국 연구자가 쓴 책이어서 중국 정치 풍경에 대한 세밀한 디테일들이 오히려 더 읽을 거리다. 3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12-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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