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침략’ 주창한 두 얼굴의 일본인을 아시나요

‘조선 침략’ 주창한 두 얼굴의 일본인을 아시나요

입력 2012-06-30 00:00
수정 2012-06-3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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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자와 유키치】 정일성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일본인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를 아시나요.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계몽사상가로 19세기 중반 이후 한·일 관계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저널리스트이자 교육자였다. 그는 일본에서 흔히 ‘국민의 교사’, ‘국민국가론의 창시자’, ‘절대주의 사상가’ 등으로 불린다.

특히 죽은 지 1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일본 화폐의 최고액인 1만엔짜리의 얼굴로 부활해 일본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역사가들이 일본 근대화 과정에 공헌한 그의 순기능만을 부각시킨 하나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탈아론(脫亞論)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을 제국주의의 미로(迷路)로 오도한 과오를 감안하면 그의 업적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일본인에게도 그러하고 우리 한국인에게도 그러하다. 일본인들에게는 유럽과 미국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점에서는 선구자일지 모르지만 일본이 아시아를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는 결국 일본으로 하여금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탄의 세례를 받게 했다. 한국인들에게 그는 조선 개화파 인사들을 돕고 부추겨 갑신정변을 일으키는 데 애쓴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변 실패 뒤에는 일본의 조선 지배를 강력히 주장한 장본인이다. 아울러 일제 정부보다 앞장서서 청일전쟁 도발을 충동하고 조선에 있던 일본인 보호를 구실로 조선에 주둔군 파병의 필요성을 소리 높여 외쳤다. 또 ‘정한론’을 뛰어넘는 ‘조선정략론’을 주창하고 조선의 개혁이 곧 일본의 독립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조선의 국정 개혁을 추진하고 감시하는 ‘조선국무감독관’제를 제안했다. 이 조선국무감독관은 조선총독으로 이름이 바뀌어 일제 식민통치의 상징으로 군림하게 된다.

신간 ‘후쿠자와 유키치’(정일성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는 이 같은 사실에 방점을 찍으면서 그의 두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일본의 위대한 사상가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잘못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 교과서 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우익 지배층이 대부분 후쿠자와의 ‘조선·중국 멸시 이론’으로 정신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후쿠자와의 탈아론은 아시아 침략의 논리로 조선과 중국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 왜곡의 근원이 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이 책은 일본 우익 지배층의 비뚤어진 시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 교육자, 언론인, 그리고 대학생들이 한번쯤 읽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11년 전 처음 책을 냈고 이번에 개정판을 냈다. 1만 9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2012-06-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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