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 ‘마광수의 뇌구조’ 펴낸 마광수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마광수의 뇌구조’ 펴낸 마광수 교수

입력 2011-08-27 00:00
수정 2011-08-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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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이중성이 성폭행·자살·우울증 불러”

마광수(60).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세상이 손가락질을 해도 한결같이 ‘육체적 쾌락’에 꽂혀있는 문제적 남자. 자신의 표현대로 하면 ‘모난 돌’. 도대체 그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누구나 한번쯤 품어봄 직한 궁금증에 그가 직접 대답했다. ‘마광수의 뇌구조’(오늘의 책 펴냄)라는 책으로 그는 자신의 세계관,여성관,섹스관,문학관.추억관,철학관,미술관 등을 속속들이 드러냈다.

“야한 소설을 쓰고 싶어 미치겠어요. 하지만 소설의 형식을 쓰면 여지없이 ‘19금(禁)’딱지가 붙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책을 내려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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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관련된 사회의 통념에 맞서 온 마광수 교수가 “극단적 쾌락주의를 악덕으로 공격하면서 문화 민주주의를 이룰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성과 관련된 사회의 통념에 맞서 온 마광수 교수가 “극단적 쾌락주의를 악덕으로 공격하면서 문화 민주주의를 이룰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지난 24일 서울 동부이촌동의 자택에서 마광수(연세대 국문과) 교수를 만났다. 아직 방학 중이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마 교수는 “커피믹스 중독자”라며 마시고 있던 커피잔을 양은 쟁반에 받쳐 들고 서재로 왔다. 커피잔 옆에는 커다란 사발이 놓여있다. 재떨이란다. 담배는 장미. 그 이름도 아련한 이 담배가 아직도 판매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1989년)가 떠올랐지만 그는 20년 째 장미 담배만 피우는데 그 이유가 단지 길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 책 얘기로 들어갔다. ‘마교수의 위험한 철학수업’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통해 그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국민의 이중성 ‘지긋지긋한 고질병’

“올해 제 나이가 환갑입니다. 소설 ‘즐거운 사라’(1991년) 때문에 구속된 지도 20년이 되어 갑니다. 시대가 바뀌었는 데도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인식은 똑같이 이중적입니다.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 성에 대한 자유로운 담론을 위해서,문화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서글프지만 반복적으로 설득하는 수밖에 없지요.”

전 국민의 이중성을 ‘지긋지긋한 고질병’이라고 일갈한 마 교수는 “성에 대한 이중성이 성폭행, 자살, 우울증 등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모든 문제를 야기했다.”면서 “우리 사회의 성의식이 지유로워지면 우리나라의 문화도 촌스러움을 벗고 훨씬 세련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적으로 낙후된 나라일수록 ‘섹스’에 대한 얘기에 놀라고, 애써 감추려 하고, 그런 얘기를 꺼내 글로 쓴 사람은 비난받고 매장됩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성에 대해 초연하냐면 그게 아니거든요. 예술의 중요한 기능으로 카타르시스를 꼽는데 그게 결국 대리배설 아닙니까.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점잖은 상수도 문화만 하려고 해요. 하수도 문화도 중요하고, 제가 솔직한 에로티시즘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지치지도 않고 주장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의 충족이다. 그 중에서도 ‘섹스’. 그는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년)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후 시,소설,에세이로 성(性) 담론을 적나라하게 펼치며 이 사회의 이중성을 비판하고, 육체적 쾌락을 일관되게 옹호해 왔다. 이번 책의 내용도 같은 주장이다.

‘명예욕이나 물욕 같은 것들은 모두가 성욕과 식욕의 원활한 충족을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하다.’‘육체가 배고플 때 정신이 맑아질 수 없다.’ ‘인간은 별거 아니다. 다른 동물들처럼 태어나서 섹스하고 죽는다.’‘사랑은 환상이고 섹스는 현실이다.’‘사랑에는 불륜이 없고,섹스에는 도덕이 없다.’ ‘밤에는 포르노 보고,낮에는 금욕주의적인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고….한국사회의 못 말리는 이중성.’

그는 이번 책에서 ‘마광수식 아포리즘’이라고 제자들이 이름 지어준 독특한 단문 형식을 취했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진득하게 보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다. “젊은 독자들이 짧은 글을 좋아해요. 니체도 평생 아포리즘으로 글을 썼어요. 논어·맹자도 알고 보면 아포리즘이죠. 책은 가벼워야 합니다. ” 또 다른 이유는 뭘까. “야한 소설을 쓰고 싶어 미치겠어요. 하지만 소설의 형식을 쓰면 여지없이 ‘19금(禁)’딱지가 붙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책을 내려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난 누구랑 싸움도 못하는데 전과 2범”

그는 소설 ‘즐거운 사라’가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1992년 긴급체포돼 실형까지 받고 강단을 떠나야 했다. 복직 뒤엔 동료 교수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받고 배신감과 울화에 3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지금도 우울증 치료제를 먹고 있다. 검열의 눈이 그를 항상 주시하는 탓에 2007년엔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이 문제가 돼 또 유죄판결을 받았다. “난 누구랑 싸움도 못해요. 그런데 섹스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전과 2범이에요. 은퇴해도 연금조차 받을 수 없어요. 앞날이 막막하지만 더 답답한 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다름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이 기막힌 현실이 갑갑해요.”

함혜리 문화 체육에디터 lotus@seoul.co.kr

2011-08-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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